변호사/노무사 이혜지|[email protected]
Ⅰ. 들어가며
일하는 사람 모두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일을 하고 그에 대한 보수를 받으면 근로자인 것 같은데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의 의미를 정의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는 수많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들 중에서 법이 정한 정의 규정에 부합하는 사람들만 근로기준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 비해 다양한 고용 형태가 등장하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Ⅱ.근로기준법상 근로자
1. 의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제2조 제1항 제1호), 이에 해당하여야 근로기준법 및 관련 노동법상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판례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를 사용종속관계 즉, 실질적인 종속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지 여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2. 사용종속관계 판단기준
판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그 실질에 있어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으로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
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된다고 보아 부차적 징표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등).
Ⅲ. 임원의 근로자성
이러한 근로자성 판단 문제는 특정 직종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련하여 자주 발생하는 쟁점 중 하나인 소위 특수고용직(예컨대 헤어디자이너, 방송 작가, 정수기 기사, 위탁판매원, 학원 강사, 지입 차주 등)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자성 판단 사례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루기로 하고, 이번에는 회사 내 임원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상법상 임원의 법적 지위
상법상 임원은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하고 그 등기를 하여야 하며, 이사와 감사의 법정 권한은 위와 같이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와 감사만이 행사할 수 있을 뿐이고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다만 회사로부터 이사라는 직함을 형식적·명목적으로 부여받은 것에 불과한 자는 이러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판례는 이사, 감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도 이를 근로기준법 소정의 임금이라 할 수 없고,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 등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에 불과하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는 입장입니다.
2. 임원이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
다만,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①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②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고 보고 있습니다.
비등기 임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례에서 판례는 ① 해당 비등기 임원과 회사와의 관계는 아직 상법상의 이사에 해당하는 수준의 위임관계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할 것이고, 비록 원고가 형식상 전무라는 고위 직함을 가지고 피고 회사의 업무 전반을 처리함에 있어 사실상 다소 큰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 하여도 이는 등기 임원과 동등한 지위 및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② 회사의 경영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강한 신임을 바탕으로 그의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하에 근로를 제공하고, 경영성과나 업무성적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수를 지급받은 것에 지나지 않으며, 특히 회사로부터의 위임사무 처리 이외에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은 이상,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뿐이라 할 것(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57459 판결)이라고 설시한 적이 있습니다.
Ⅳ. 정리하며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많은 지표들을 가장 단순하게 이해하는 방식은 개인 사업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이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에는 근로자성 인정 요소와 부정 요소(개인 사업자적 성격)가 혼재되어 종합적으로 고려하므로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여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임원에 대해서도 대체로 상법상 등기된 대표이사나 이사의 경우 근로자성이 부정되나 비등기임원에 대해서는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등기 여부가 결정적인 요소라 할 수는 없고 결국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종합적인 법률적 판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