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직원 및 가족에 대한 본인부담금 감면

 

변호사 김무한|[email protected]

 

  대법원은 최근 의료기관이 소속 직원과 그 가족들에 대하여 (“급여 항목”을 포함한) 본인부담금을 감면해주었더라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무죄판결을 내린 바 있으며, 그동안 “비급여 항목”의 감면혜택에 관하여 합법이라고 판단하였던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례들과 같은 취지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한 복지혜택의 범위를 확장한 것으로 평가하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판단은 구체적인 개별 사건의 제반 사실관계를 고려하여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취지를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서, 모든 사례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에 과도한 확장해석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후략)…”이라고 규정하여 소위 영리목적의 “환자 유인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88조 제1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 규정에서 명시한 구체적 행위유형, 즉 (1) 급여 항목에 대한 본인부담금 감면, (2) 금품 제공, (3)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교통편의 제공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단 의료법이 금지하고 있는 환자유인행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되고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례에서는 위 행위유형 중 하나인 “급여항목”에 대한 본인부담금 감면에 대하여도 “영리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서 의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의료법이 의료기관의 금품제공이나 본인부담금 할인 등 환자유인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이유는, 의료기관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유치를 위해 과도한 출혈경쟁을 할 경우 의료시장이 붕괴되고 진료 서비스가 저하되어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바, 대법원 또한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 관하여 “의료기관 주위에서 환자 유치를 둘러싸고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나아가 의료기관 사이의 불합리한 과당경쟁을 방지하려는 데에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542 판결 등).

  이번 대법원 판례에서 문제된 의료기관의 경우, 병원 직원 및 그 가족 등에게 급여항목을 포함한 본인부담금에 대하여 할인혜택을 제공하였고, 약 202회의 진료에 대해 379만 2,300원을 할인해준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위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직원에 대한 복지 차원의 할인혜택이라고 하더라도 영리를 취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아 벌금형을 선고하였으나, 2심에서는 ‘영리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 역시 항소심의 판단을 인정한 것입니다.

  법원은, 위 사건에 관하여 감면대상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는 점, 실제로 감면혜택을 실시한 횟수와 총 감면액수 등에 비추어볼 때 의료법이 금지하고자 하는 영리목적의 금전적 이익 제공에 해당하지 않고 의료시장 질서를 뒤흔들 정도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헌법재판소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비 감면의 적법성이 문제된 사건에 관하여 “환자로 하여금 특정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할 만한 경제적 이익이 있는 것으로서 이를 허용할 경우 의료시장의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것”만을 한정하여 위법한 환자유인행위로서 금지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헌법재판소 2019. 5. 30. 선고 2017헌마1217 결정 등).

  따라서, 위 대법원 판례에서는 본인부담금 감면대상자가 많지 않은 점, 감면횟수, 총액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였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것뿐이며, ‘직원 및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본인부담금 감면은 합법이다’라고 일률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느 의료기관이 고용하고 있는 직원의 수가 많고 감면혜택을 적용하는 가족의 범위가 넓어서, 의료기관이 본인부담금 감면혜택을 실시한 횟수와 총액이 상당한 규모에 이른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해당 병원의 매출과 이익에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직원 및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할인혜택의 경우라도 하더라도 영리 목적이 인정되어 의료법 위반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며, 그와 반대로, 병원 소속 직원 및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본인부담금 감면 혜택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제반사정에 비추어볼 때 “영리 목적”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의료법이 금지한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의료기관 운영자의 입장에서 어떠한 행위가 “영리 목적”의 위법한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큰 법률적 위험이 존재하므로 (1) 병원 직원 등에 대한 복지혜택 차원에서 제공하는 본인부담금 할인에 관하여는 그 대상과 범위 등에 관하여 사전에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실시하여야 할 것으로 보이며, (2)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원조 차원에서 본인부담금 할인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사전에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아 환자 유치를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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