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김상균|[email protected]
민사재판에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을 원고, 그 상대방을 피고라고 합니다. 그런데 원고가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고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피고는 원고의 청구가 이유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재판부는 그 내용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대응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둘 수 없고 또 대응을 하자니 변호사 비용 등 소송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민사소송법은 민사재판에서 변호사 보수를 비롯한 소송비용을 패소자에게 부담시키고 있으므로 피고가 승소하여 원고로부터 자신의 변호사 보수를 받게 되면 위와 같은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이 됩니다. 이러한 소송비용 부담이 원고의 남소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고에게 자력이 없다면 소송비용 부담도 별다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이러한 경우에 필요한 것이 소송비용에 관하여 미리 담보를 제공하게 하는 것입니다.
■ 민사소송법 제117조(담보제공의무) ①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ㆍ사무소와 영업소를 두지 아니한 때 또는 소장ㆍ준비서면, 그 밖의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 등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피고의 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명하여야 한다. 담보가 부족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법문에서 원고에게 소송비용담보제공의무가 있다고 규정하는 경우는 두가지입니다. 첫째로 소장ㆍ준비서면, 그 밖의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경우입니다. 둘째로 원고가 대한민국 내에 주소ㆍ사무소와 영업소를 두지 아니한 때입니다. 원고가 외국인 또는 외국법인이거나 해외에 체류하여 대한민국 내에 아무런 재산이 없다면 피고가 승소하더라도 변호사 비용 등을 변상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피고가 소송비용 담보제공을 신청하거나 아니면 법원이 직권으로 원고에게 담보제공을 명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피고가 본안에 대하여 변론하거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한 뒤에는 담보제공을 신청할 수 없으므로(민사소송법 제118조) 초기에 잘 판단하여 소송비용 담보제공 신청을 하여야 합니다.
담보액은 피고가 각 심급에서 지출할 비용의 총액을 표준으로 하여 정하게 됩니다(민사소송법 제120조 제2항). 변호사보수의 경우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는 금액 한도 내에서 1, 2, 3심의 합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원고에게 담보제공을 명하였는데, 원고가 기간 내에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법원은 변론 없이 소각하판결 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24조).
마지막으로 1심에서 피고가 소송비용 담보제공 신청을 하지 않다가 1심 종국판결에서 승소 후 항소심에 이르러 원고에 대하여 소송비용 담보제공 신청을 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 민사소송법 제118조에 따르면, 피고가 담보제공 사유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안에 관하여 변론하면 담보제공을 신청할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항소심에서 피고의 소송비용 담보제공 신청은 원칙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하겠으나, ① 담보제공의 원인이 이미 제1심 또는 항소심에서 발생되어 있었음에도 피고가 과실 없이 담보제공을 신청할 수 없었거나 ② 항소심에서 새로이 담보제공의 원인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대법원 2017. 4. 21.자 2017마63 결정).
지금까지 소송비용 담보제공에 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원고가 명확한 사안에 관하여 반복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원고가 외국법인인 경우에는 소송비용 담보제공 신청을 고려하여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