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변창우|[email protected]
2019년부터 우리나라 대표적인 실손보험사들이 맘모톰, 페인스크램블러 등 시술비용을 임의비급여라 규정하고 다수의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에 관한 주요 쟁점에 대하여 본 필자는 재작년에 뉴스레터에 기고한 바 있다.
이후 2심까지 하급심 선고 결과를 대략적으로 분석한다면 1,2심 법원 재판부의 80-90% 정도가 의료기관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최종 대법원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였는데, 최근 대법원은 위 사건에 대하여 공개변론을 실시하였다. 대법원에서의 심리는 원칙적으로 서면심리이고 공개변론을 진행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이 사건 이전에 마지막 공개변론은 2020년에 진행되었던 ‘조영남 가수’의 미술품 위작 사건이었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관심도가 높고 그 의미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한하여 진행된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진행된 사건은 ‘맘모툼’ 시술과 관련한 임의비급여 사건으로서 공개변론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보험사측 주장
– 위법한 맘모툼 시술비용은 실손보험의 보장대상이 아니므로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원고가 환자를 상대로 보험금반환청구를 하고, 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진료비 반환청구를 하여야 하나, 이 경우 수많은 소송이 예상되므로 원고가 채권자대위권을 통해 환자의 무자력 유무와 무관하게 환 자 대신 의사를 상대로 직접 진료비 반환청구를 청구할 보전의 필요성이 있음
– 보험금 및 진료비 반환청구의 원인이 되는 기초사실이 의사의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한 진료비 수수로 동일하므로 피보전권리와 피대위권리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
– 원고가 다수의 환자들을 상대로 보험금반환청구를 할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신속한 보험금 지급 및 고객 상대 소송 자제), 소송경제 등의 이유로 유효한 보험금 회수방안이 되기 어려워 원고가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음
– 실손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 등의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도 채무자인 환자의 무자력 요건에 대한 입증 없이도 채권자대위소송이 허용되어야 함
– 맘모툼 절제술은 임의비급여로서 허용될 수 없고, 굳이 절제할 필요가 없는 유방 양성병변에 대하여 과잉진료로서 맘모툼 절제술을 실시하여 부당이득을 취득하였으므로 채권자대위소송에 의한 청구가 인용되어야 함
■ 의료기관측 주장
– 채권자대위소송의 원칙대로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인 환자의 무자력이 입증되어야 하므로 원고의 청구는 부적법하다.
– 맘모툼 절제술은 ① 2002년부터 허용되어 온 맘모툼 생검술과 동일한 장비, 동일한 방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안전성을 갖추고 있고, ② 유방 양성병변을 유방을 절제하지 아니하고 최소한의 침습으로 제거할 수 있어 유효성이 있으며, ③ 3회에 걸쳐 신의료기술평가신청을 하여 요양급여 목록에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회피하지 않았고, ④ 환자의 동의 아래 이루어진 시술이므로 허용되는 임의비급여에 해당함
– 맘모툼 절제술은 2019년에 결국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어 현재는 실손보험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앞선 2회의 신청이 반려된 이유는 각종 시술례, 교과서의 기술 여부 등에 관한 자료의 미비로 인한 것이었을 뿐,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님
■ 참고인 진술
❍여하윤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대법원이 일정한 요건 아래 금전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있고, 채무자의 무자력 자체가 독자적인 요건이 되지 않더라도 채권자의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 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를 평가하는 요소로 고려되면 충분하며, 채권자대위권이 뿌리를 두고 있는 프랑스 민법의 간접소권에도 무자력을 요구하고 있지 않음. 결국 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채권자대위소송 가능
❍박수곤 교수(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금전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이를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으나, 이 사건의 경우 피보전권리와 피대위권리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어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여야 할 것으로 보임. 프랑스에서 채권자대위권행사가 드물고, 그 중에서도 금전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더 많음. 결국 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채권자대위소송 불가
이와 같이 공개변론까지 진행되었으므로 최소한 올해안에는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원에 계류된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만약 대법원이 보험사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실손보험의 대상이 되는 비급여 시술 전반에 걸쳐 보험사들의 파상적인 법적 공격이 예상된다. 보험사는 박리다매로 싼 값에 변호사를 수임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에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막대한 소송비용 등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보험사의 의료기관에 대한 직접적인 소송이 의료 현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반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