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취소소송에서 전득자 악의추정의 번복

 

변호사 김무한|[email protected]

 

   자신이 보유한 재산보다 갚아야 할 채무가 더 많은 상황을 ‘채무초과상태’라고 하며, 타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자가 ‘채무초과상태’에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을 처분하거나, 그러한 재산처분행위로 ‘채무초과상태’를 야기시킬 경우, 이는 채권자를 해하는 소위 ‘사해행위’로서 채권자취소소송의 대상이 됩니다.

   민법 제40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채권자취소소송이란, 채권자가 채무자 및 그 채무자와 거래한 제3자(수익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법원의 판결에 의해 해당 거래행위를 취소시킴으로써 자신의 채권을 만족시키는 특수한 소송유형을 말하는데, 채권자가 채무자의 사해행위 여부를 파악하기도 힘들거니와, 사해행위로 의심되는 거래가 파악되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 및 수익자가 해당 거래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를 해치게 됨을 알면서 거래행위를 한 경우, 즉 채무자와 수익자에게 ‘악의’가 있는 경우에만 취소의 대상이 되므로 현실적으로 채권자가 이들의 악의를 입증하여 취소소송을 수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참고]

여기서 법률용어로서의 ‘악의’(惡意)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나쁜 의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법률관계의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한 사정을 인식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며, 도덕적인 비난가능성과는 전혀 무관한 개념입니다. 반대로, 법률용어로서 ‘선의’(善意) 역시 특정한 법률요건에 대하여 인식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도덕적 의미에서 착하거나 좋은 의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와 같이 채권자가 채무자 및 수익자의 악의를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대법원은 무자력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하는 등 객관적인 사실이 입증된 경우 채무자의 악의가 추정된다는 법리를 발전시켜왔고(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0다41875 판결 등), 민법 제406조의 구조에 따르면 채무자에게 악의가 존재하는 경우 수익자는 자신에게 악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여야만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 수익자로서는 악의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정당하게 취득한 재산을 빼앗길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채권자취소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어떠한 추가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겠지만, 만약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선의로 재산을 취득한 수익자가 채권자취소소송에서 패소할 경우에는 취득한 재산은 재산대로 채권자에게 빼앗기게 되며, 그 재산을 취득하기 위해 지급한 매매대금은 채무자로부터 돌려받아야 하는데 채무자가 그 사이에 대금을 소비하거나 은닉하여 무자력이 되면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수익자의 악의 추정 규정은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막고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적인 규정으로서 큰 의미를 가지지만 선의의 수익자에게 큰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 대법원은 해당 거래행위의 전반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수익자의 악의 추정이 번복될 수 있는 경우를 설시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1) 수익자가 실수요자로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한 통상적인 거래에 의해서 부동산을 매수하였고, 채무자와 친인척관계나 기타 거래관계가 없는 경우(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42100판결), (2) 자금사정이 어려워 급매로 낮은 가격에 내놓은 토지를 소유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지인의 소개를 받아 매입한 경우(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다62036 판결) 등에서는 수익자가 사해행위임을 알면서 해당 부동산 등을 매수할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기 어려우므로 수익자의 악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판시한 바 있으며, (3) 나아가, 채권자 취소소송에서는 수익자의 선의여부만이 문제되고 수익자의 선의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1. 5. 8. 선고 2000다50015 판결), 선의의 수익자가 불의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보다 넓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만약 수익자가 채무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거나 기타 채무자의 무자력상태, 채무초과상태 등에 관하여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경우라면, 수익자의 악의가 추정되어 번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자산을 매입할 경우에는 추후 채권자취소소송을 통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을 것이므로 친인척으로부터 급하게 낮은 가격으로 자산을 매입하거나 증여받는 등의 행위는 추후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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