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에 의한 간음죄에 있어 ‘위계’의 의미

 

변호사 김상균|[email protected]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재작년 여름에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 있어서 위계에 관하여 기존과는 판단을 달리한 판결로 주목받았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여 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피고인(성인 남성)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로 피해자 A(14세 여성)를 알게 되었고,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생 B’라고 거짓으로 소개하여 A와 온라인상으로 교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A에게 “여성 C가 나를 스토킹하고 집착하여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 C를 떼어내려면 네가 나의 선배와 성관계하면 된다.”라고 거짓말하였다. 피해자 A는 이에 속아 피고인과 계속 연인관계를 지속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선배로 가장한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였다.


2.
종전 대법원 판결

  지금까지 대법원은 「위계에 의한 미성년자간음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는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오인, 착각, 부지란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 착각, 부지를 말하는 것이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한 오인, 착각, 부지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1. 12. 24.선고 2001도5074 판결).」고 하여 위계의 범위를 다소 제한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컴퓨터 채팅으로 피해자(16세 여고생)에게 성관계하면 50만원을 주겠다고 거짓말하자 피해자가 승낙하고 피고인 집으로 가서 성관계를 가졌으나, 피고인은 처음부터 성교의 대가로 50만원을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사안에서 대법원은 위와 같은 기준으로 위계로 볼 수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본 사안에서도 원심(광주고등법원)은 피해자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속았던 것이므로 피고인의 간음행위는 위계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3. 판례 변경(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위계의 개념 및 성폭력범행에 특히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고 행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려는 입법 태도, 피해자의 인지적·심리적·관계적 특성으로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 등을 종합하면,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였다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한다. 왜곡된 성적 결정에 기초하여 성행위를 하였다면 왜곡이 발생한 지점이 성행위 그 자체인지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인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가 발생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오인, 착각, 부지에 빠지게 되는 대상은 간음행위 자체일 수도 있고,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이거나 간음행위와 결부된 금전적·비금전적 대가와 같은 요소일 수도 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본 사안에서는 피고인을 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처벌하였습니다.


4.
해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의 대상, 그리고 위계와 간음 사이의 인과관계 해석을 확장한 것입니다. 이전 판례의 태도에 대하여는 위계의 개념이 지나치게 좁아 실제 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처벌되는 케이스가 많지 않고, 또한 성적 자기결정권이 취약한 아동·청소년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도 위계의 의미에 관하여 지나친 확장해석은 경계하고 있습니다. 즉 「다만 행위자의 위계적 언동이 존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계적 언동의 내용 중에 피해자가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를 이룰 만한 사정이 포함되어 있어 피해자의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연령 및 행위자와의 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당시와 전후의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의 획일적이고 제한적인 해석에서 벗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위계의 대상이나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는 구체적 사안별로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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