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박기민|[email protected]
1. 개요
투자자가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여 투자하는 경우 그 인수계약 등에 일정한 경영사항에 대해서는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금액을 투자하면서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투자자로서는 신주발행 등 중요한 경영사항에 대해서 만큼은 사전 동의권을 보유하기를 원하는 것이 당연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이러한 투자자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전동의조항을 두는 경우에는 회사가 이를 위반할 경우 위약벌을 지급해야 한다는 벌칙조항을 같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이 특정 투자자에게만 경영 사항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부여하고 나아가 위약벌 조항을 두는 것이 과연 주식회사의 법리에 비추어 타당한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최근 이에 관한 명시적인 판결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2. 사실관계
투자자와 발행회사 그리고 발행회사의 대주주는 발행회사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를 투자자가 인수하기로 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위 계약에는 발행회사가 이후 투자자의 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나 특수사채(신주인수권부 사채 등)를 발행하는 경우, 임직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경우, 납입자본금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경우 등 일정한 경영 사항에 대해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며, 발행회사가 위 조항을 위반하고 투자자의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투자자가 상환전환우선주를 조기상환청구할 수 있고 나아가 위약벌로 회사가 투자자에게 투자원금에 일정한 금액을 가산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주주가 위와 같은 발행회사의 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도록 하는 규정도 삽입하였습니다.
이후 발행회사가 투자자에 대한 사전 통지와 사전 동의를 거치지 않고 유상증자를 실시하였고 투자자의 시정요구에도 불응하자 투자자는 발행회사와 대주주를 상대로 상환전환우선주의 조기상환청구에 따른 상환금과 위약벌 금액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하였습니다.
3. 1심과 2심의 판단
1심은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조항 등을 유효하다고 보고 원고(투자자)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2심은 발행회사의 경영과정에서 투자자의 동의를 받도록 강제하는 사전동의약정과 그 위반에 대한 벌칙조항(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은, 회사의 주주의 지위만을 갖게 된 투자자에게 다른 주주에게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인 ‘회사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함으로써 약 5.27%의 지분에 불과한 주식을 가진 투자자가 다른 주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조기상환 및 위약벌이라는 제재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주주에 대하여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하므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4. 시사점
특정 주주에게 다른 주주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고 상법이 허용하지 않는 소위 ‘황제주’의 발행을 사실상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으므로 무제한 인정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조항을 무효로 보게 되면, 투자금 회수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한 투자자와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높은 기업 모두 그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위 판결은 하급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는 경우 투자계약 실무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고, 실무에서는 무효로 판단될 위험을 줄이면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묘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