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김상균|[email protected]
1. 부동산 매매와 계약금, 가계약금
아파트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아파트 분양이나 매매에 관한 법률 상담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부동산 매매계약의 해제, 파기에 따른 계약금, 가계약금의 처리를 묻는 분들이 많아 이에 대하여 정리하고자 합니다.
2. 계약금, 증약금, 해약금, 위약금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체결하면서 보통 매매대금의 10% 정도를 계약금으로 지급합니다. ① 계약금은 대금의 일부로 충당되고, ② 계약이 체결된 것을 증명합니다(증약금). ③ ‘다른 약정이 없다면’ 계약금만 지급된 상태에서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해약금). ④ ‘당사자간 약정이 있다면’ 위약금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위약금).
3. 계약금 일부만 지급한 경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수인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한 상태에서 해약을 원할 경우, 이미 지급한 계약금 일부만 포기하면 되는지 아니면 계약서에 정해진 계약금을 전부 지급해야 하는지 문제됩니다. 판례는 ‘실제 교부한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계약금 전부)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4다231378 판결).
4. 가계약, 가계약금
가계약은 정식 법률 용어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부동산 매매 등 정식 계약 체결에 앞서 임시로 맺는 계약’이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계약금은 정식 계약을 맺기 전 임시 계약을 위하여 지급되는 금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매물을 선점하려고 계약서에 날인하기 전에 가계약금이 오가기도 하는데, 막상 본계약 체결에 이르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매도인과 매수인, 양 당사자의 의사 해석을 통하여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의사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0다51650 판결)고 하면서,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5다39594 판결).
위 기준에서 보면,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좋은 매물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급한 마음에 일단 가계약금부터 보낸 경우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매매계약서 체결은 후일로 미루되 매도인과 매수인이 아파트 동, 호수, 매매대금 액수, 대금의 지급방법을 협의한 후 계약일 전에 소정의 가계약금을 주고 받은 것이라면 일응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가계약금의 처리도 나누어집니다. 먼저 매매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상태라면, ‘별도 약정이 없는 한’ 가계약금 지급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 되어 본계약 체결에 이르지 못할 경우 상호간 그대로 반환하고 끝내면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매매계약 자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면, 가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하여야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본계약 체결에 앞서 별도로 가계약을 하면서 가계약금 액수를 특정하여 지급한 것이라면 가계약금 자체만 포기하는 것으로 해약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만일 계약금, 중도금, 잔금까지 모두 특정한 상태에서 계약금 일부조로 가계약금이 수수된 것이라면 계약금 전부를 지급하여야 해약이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앞의 3.항 설명 참조).
5. 결론
계약서도 쓰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약금을 걸어두는 것은 법률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자칫 분쟁이 될 수 있습니다. 가급적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계약금을 지급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부득이하게 가계약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문자 등으로 계약이 파기될 경우 가계약금은 어떻게 처리할지 명확하게 해 두기 바랍니다. 가계약금에 관하여 분쟁이 많아 최근 의미 있는 하급심 판결도 나오고 있으므로 문제가 될 경우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여 구체적인 법률관계를 분석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