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박기민|[email protected]
1. 주주배정과 제3자배정의 구분
유상증자(신주발행)은 주식회사가 자본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행위입니다. 신규 사업 추진, 시설투자, 유동성 마련 등 다양한 동기로 유상증자가 행해지는데, 그 방식에는 크게 주주배정방식과 제3자배정방식이 있습니다.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면서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비율에 따라 우선적으로 신주를 인수할 기회를 주었는지 여부에 따라서 주주배정방식과 제3자배정방식을 구별합니다. 기존 주주에게 지분 비율에 따라 신주를 인수할 기회를 주었다면 그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하여 발생한 실권주를 제3자에게 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주배정이며, 반대로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배정하더라도 모든 주주에게 인수할 기회를 주지 않고 특정의 주주에게만 배정하는 경우에는 제3자배정에 해당합니다. 제3자배정으로 신주를 발생할 경우에는 정관에 그에 관한 근거 규정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기존 주주에게 사전에 통지 내지 공고하는 등 상법에 특별히 정해진 요건과 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2.주주배정시 발생한 실권주의 처리
회사가 기존 주주 모두에게 지분 비율에 따라 신주를 인수할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주가 청약을 하지 않거나 납입기일까지 대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기존 주주는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데(상법 제423조 제2항), 이 때 그 신주를 ‘실권주’라고 부릅니다.
이와 같은 실권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실무에서 자주 문제가 됩니다. 해당 실권주에 대해 회사가 발행을 포기하는 것은 당연 가능합니다. 문제는 회사가 실권주를 제3자(특정인)에게 배정하려고 할 경우인데, 이 때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제3자에게 바로 배정할 수 있는지 아니면 아니면 처음부터 제3자배정 신주발행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습니다. 실권주는 기존 주주가 이미 인수를 포기한 것이므로 제3자배정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배정하더라도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고, 반대로 실권주를 제3자에게 배정하는 경우 그 가액이 저렴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결과적으로 보면 제3자배정을 하는 경우와 동일하므로 다시 그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상법상으로는 실권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해석에 의할 수 밖에 없는데, 우리 대법원은 “회사가 주주배정방식에 의하여 신주를 발행하려 하는데 주주가 인수를 포기하거나 청약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 인수권을 잃은 경우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그 인수가 없는 부분에 대하여 자유로이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고 이 경우 그 실권된 신주를 제3자에게 발행하는 것에 관하여 정관에 반드시 근거규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실권주는 이사회 결의에 의하여 자유로이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1. 15. 선고 2010다49380 판결).
3. 상장회사는 철회하는 것이 원칙
다만, 위와 같은 법리는 비상장회사에 적용되는 것이며,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실권주가 발생한 경우 원칙적으로 발행을 철회해야 합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6 제2항이 철회를 원칙으로 하면서 다만, “가격요건(일정한 가격 이상으로 발행)”과 “취득자요건(특수관계에 있지 않은 투자매매업자가 인수인으로서 실권주 전부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 등)”을 모두 구비한 경우 예외적으로 실권주를 제3자에 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권주가 대주주 내지 경영진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편법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장사의 경우 실권주 발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그 예외도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서만 허용되도록 해 놓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