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김무한|[email protected]
2020. 2. 4. 개정되어 2020. 8. 5.부터 시행되는 전자장치법 제31조의2에 의하면, 아직 유죄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구금상태의 피고인에 대해 보석을 허용하면서 전자장치를 착용할 것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신법은 소위 ‘전자보석제도’로 소개되고 있으며, 최근 구속피고인들이 변호인에게 ‘전자보석제도를 활용한 보석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보석제도’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보석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것이 아니라, 보석사유가 있는 구속피고인에 대하여 보석을 허가하는 경우, 피고인에게 부가하는 보석‘조건’의 하나로 전자장치 부착이 추가된 것뿐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보석사유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제95조(필요적 보석)는 피고인에게 특정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특정 사유로서 아래와 같은 경우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필요적 보석의 예외사유]
-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 피고인이 누범에 해당하거나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
- 피고인이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 피고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
- 피고인이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그런데, 구속피고인의 경우 구속사유(증거인멸 또는 도주우려, 주거부정 등)가 인정되어 구속영장이 발부된 경우라고 볼 수 있으므로, 구속피고인의 대부분은 필요적 보석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임의적 보석, 즉 법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형사소송법 제96조)에만 보석이 허가될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 시행된 ‘전자보석제도’란, 위와 같이 법원이 보석사유를 인정하여 보석을 허가하는 경우 보석허가 조건(서약서 제출, 보증금 납부, 주거제한, 접근금지 등) 중의 하나로서 ‘전자팔찌’ 착용을 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자장치 부착이라는 보석조건이 추가됨으로 인하여 주거제한 등 보석조건 이행 감시가 보다 수월해졌기 때문에, 예전보다 보석허가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있겠으나, 전자보석제도가 시행되었다고 하여 다른 특별한 사정도 없이 전자장치 부착을 감수하겠다며 보석을 신청할 경우에는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특별한 사정 없이 보석신청을 반복하는 것은 재판부에 대해 안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보석신청은 반드시 석방이 필요한 경우(중대한 질병 또는 부모상 등), 또는 중대한 사정 변경이 발생한 경우(피해자와의 합의 등)에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