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법정수당 청구가 배척되는 예외적인 사례

 

변호사 김무한|[email protected]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7170 판결 소개]

   대법원은 최근 쌍용자동차 주식회사의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상 여금 미지급액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회사의 경영사정 및 제반 상황에 비추어 근로자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는 원심 판단을 확 정하고 근로자들의 상고를 기각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0. 7. 9. 선 고 2017다7170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합니다).

   대상판결은 판결이유에서, “1 피고 노사가 2013. 12. 16. 체결한 노사가 합의서를 고려하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피고가 기능 직 사원에게 지급해야 할 추가 부담액 추정치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200여 억 원 남짓 한 액수가 되는 점, 2 피고는 2008년 이후 2015년까지 계속 큰 폭의 적자를 내었고, 2009년경에 는 피고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기도 하였던 점, 3 피고 노사는 2009년부터 피고 근로자들의 기본 급 동결, 상여금 일부 반납, 복지성 급여 부지급에 합의하는 등 이 사건 청구기간 당시 각종 비용 을 절감하여 피고의 위기를 극복하려 하였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에게 상여금 관 련 법정수당과 퇴직금 지급을 명할 경우 원고들은 당초 합의한 임금수준을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 익을 얻는 반면 피고는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지출을 하게 됨으로써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들의 위 청구는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판시는 이에 앞선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판례의 입장이 변경되었다기보다는 기존 판례에서 제시한 예외적인 경우를 실제로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2013년 대법원 판례는 GM의 납품업체인 (주)갑을오토텍 근로자 295명이 위 회사를 상대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례로서, 근로자들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대가로 (1) 정기적, (2) 일 률적, (3) 고정적으로 지급받아 온 상여금 등은 그 명목을 불문하고 “통상임금”의 범위에 포함되어 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입니다.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 제26조의 해고예고수당, 같은 법 제34조의 퇴직금, 같은 법 제56조의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 수당 등 각종 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므 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게 인정할 경우 회사로서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기본급만을 기준으로 야근수당을 지급해온 회사가 있다면, 정기상여금까지 합산한 통 상임금을 기준으로 야근수당을 재산정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야근수당 미지급금이 있을 수 있으 며, 근로자들이 그 미지급 차액의 지급을 요청할 경우 회사가 이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위 2013년 대법원 판례는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킨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이 완료되지 않은 과거 미지급수당 부분에 대해서도 회사가 지급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로 판 시하였지만, 예외적으로 근로자들의 과거 수당 청구가 (1)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 적 부담을 지워 (2)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라면, 근로자들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면서, 예외적으로 과거의 수 당청구가 허용되지 않는 요건을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위 2013년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예외 인정 요건에 따라 (1) 피고회사가 심각한 경영 난에 처해 있었던 점, (2) 그로 인하여 이미 노사합의에 의해 근로자들이 상당한 임금 및 수당의 수령을 포기한 점, (3) 회사가 미지급 수당을 지급하게 될 경우, 예상치 못한 재정적 지출이 발생 하고 회사의 존립이 불투명해지게 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여 근로자들의 수당지급청구를 배척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강행규정이므로 노사간의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근로자들의 법 정수당청구를 거부할 수 없고 미지급 법정수당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에는 변함 이 없으며, 대상판결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로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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