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명의신탁과 횡령죄

 

변호사 김상균|[email protected]

 

  최근에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임의로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대법원 2016도18761 판결). 명의신탁 자체가 불법이므로 횡령죄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입니다. 위 판결에 관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1심에서는 횡령 유죄, 항소심에서는 횡령 무죄>

  아파트 실소유주가 타인에게 소유자 명의만 빌려달라고 하여 그에게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습니다. 그런데 등기 명의인이 실소유주 허락도 없이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한 사안입니다. 재판에서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줄여서 ‘부동산실명법’이라고 합니다)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1심에서는 횡령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양자간 명의신탁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횡령을 무죄로 보았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 판례 변경>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무효인 명의신탁약정 등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하였고,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대법원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도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음>

  앞서 201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임의로 부동산을 처분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는데(대법원 2014도6992 판결), 이것도 기존의 판례를 뒤집은 것이었습니다.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은 신탁자가 매수인으로서 부동산 소유자인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수탁자 앞으로 직접 이전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최근에 나온 대법원 판례는 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판례 변경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신탁자와 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수탁자가 매매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도 수탁자 명의로 하는 경우를 ‘계약명의신탁’이라고 합니다.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지 못하는 선의인 경우에는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나, 그에 따른 부동산 물권변동은 예외적으로 유효하게 인정되므로 등기 명의인인 수탁자가 임의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대법원 98도4347 판결).

 

 <명의신탁 법률관계는 신중히 따져 보아야..>

  부동산 명의신탁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무효인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에게 과징금이 부과되고, 경우에 따라서 이행강제금도 부과됩니다.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모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것이 1995년이므로 어느새 26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여러 판결이 나오면서 법리가 정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례에서는 명의신탁의 유형, 약정 시기, 상대방의 선의/악의 등을 따져 보아야 하므로 명의신탁에 관한 법률 분쟁이 발생한다면 즉시 법률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