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김상균|[email protected]
아파트에 사는 분은 장기수선충당금을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관리비에 포함되어 부과되고 실거주하는 세입자가 납부하며 이사 나갈 때 소유자로부터 돌려받는 비용이라는 것은 알려진 상식입니다. 오늘은 장기수선충당금의 법적 근거와 규율 및 관련 문제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이란 공동주택을 오랫동안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필요한 주요 시설의 교체 및 보수 등에 관하여 수립하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주택 소유자로부터 징수하여 적립하는 돈입니다(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항 18.호, 제30조 제1항). 법률에서 주택 소유자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니 편의상 세입자가 매달 내더라도 나중에 소유자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모든 집합건물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①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② 승강기(엘리베이터)가 있는 공동주택, ③ 중앙집중식 난방방식 또는 지역난방방식의 공동주택, ④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받아 주택 외의 시설과 주택을 동일 건축물로 건축한 건축물의 경우 장기수선계획이 수립되어야 하고 장기수선충당금이 징수됩니다. 위 공동주택의 경우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지 않거나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공동주택관리법 제102조 제3항). 또한 관리주체가 장기수선충당금을 수납하면 별도의 계좌로 예치ㆍ관리하여야 하고(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3조 제7항),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도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제한됩니다(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2항).
공동주택관리법이 아닌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줄여서 ‘집합건물법’)에는 장기수선계획이나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에 관한 규정이 따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피스텔, 분양형 호텔, 근린생활시설과 같은 집합건물에도 건물의 장기적인 수선과 유지를 위하여 장기수선충당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피스텔도 실무적으로는 개별적 특성에 맞게 관리규약에서 장기수선계획과 장기수선충당금의 부과를 정하고 구분소유자들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부과하여 왔습니다.
이에 집합건물법도 2020년 법률을 개정하여 수선계획과 수선적립금을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과 수선적립금을 용도에 맞게 사용할 것을 규정하였습니다(집합건물법 제17조의2). 다만 집합건물법에 법적 근거를 두었을 뿐 수선적립금의 구체적인 내용은 관리단집회 결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공동주택관리법과 같이 의무화한 것은 아닙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공동주택 중 일부 세대가 장기수선충당금(관리비)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경우 관리주체가 부득이 다른 세대가 관리비와 함께 납부한 장기수선충당금을 인건비, 다른 세대의 수도요금, 전기요금 등 비용으로 전용하는 사례입니다.
예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는 형법상 업무상횡령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용도를 정하여 납부한 금원은 반드시 그 용도에 한정하여 사용하여야 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횡령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유용한 것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급심 판례에서도 집합건물 운영위원회 회장이 집합건물 사용자들로부터 징수한 장기수선충당금을 별도의 장기수선충당금 계좌에 예치하여 관리하지 않고 보관하던 중 전기안전관리비 등 건물 운영에 필요한 고정경비로 모두 지출한 경우 업무상횡령죄로 처벌한 사례가 있습니다. 피고인은 관리비가 부족하여 장기수선충당금을 일시적으로 공용관리비 용도로 사용한 것일 뿐이므로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어 횡령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아닌 집합건물의 경우에도 위 2020년 법률 개정에 따라 수선적립금의 용도를 법률에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유념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집합건물의 장기수선충당금에 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집합건물 관리에 있어 장기수선충당금의 부과, 수납, 관리, 사용 등이 문제되는바, 정확한 내용은 반드시 법률 전문가에게 확인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