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김무한|[email protected]
검경수사권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으로 경찰의 수사권한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의 보호를 위하여 경찰수사규칙(행정안전부령)이 제정되어 2021. 1. 1.부터 시행되어 오고 있습니다.
경찰수사규칙은 사법경찰관과 검사의 협력, 수사개시 절차, 피해자 보호, 강제수사 절차, 수사종결, 사건의 불송치, 재수사 등 일련의 경찰 수사과정에서 문제되는 각종 사무처리에 관한 내용들을 주로 담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이 경찰 업무에 관한 내부적 규정들이지만 일부는 피의자, 피해자, 참고인 등 사건관계인들의 권리, 의무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이 규정되어 있어 당사자 및 변호인의 입장에서 참고할 내용들도 상당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위 규칙 제87조 제2항은 본인 진술조서에 대한 당일열람/복사 신청권을 도입하여 진술조서의 당일 복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칙 제정 이전까지는 형사사건 관련 서류, 특히 진술조서를 확인하고자 할 경우에는 별도의 정보공개청구절차를 통하여 확인해야 했던 것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입니다.
위 규칙이 없더라도, 형사사건에 관하여 조사를 받는 당사자는 그 신분이 피의자이든 참고인이든 조사과정에서 자유롭게 메모를 할 수 있고, 조사가 끝나면 그 진술이 기재된 조서를 열람하고 날인, 간인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조서 기재 내용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확인할 기회가 보장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가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장시간 조사를 받으면 매우 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질문 및 답변 내용을 모두 일일이 기억하거나 메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서 사본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건 대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위 규칙 제정 이전에는 자신이 진술한 내용에 관하여 이미 메모하고 꼼꼼히 열람한 뒤 서명까지 한 조서에 대해서도 별도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하여만 조서 사본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편할 수밖에 없었으나, 위 규칙이 도입되면서 본인조서의 열람/복사를 신청하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이를 처리하는 경찰의 입장에서도 별도의 정보공개청구를 처리하는 것보다 업무의 효율이 높아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 조서의 당일 열람/복사를 신청하고자 하는 당사자 또는 변호인은 소정의 신청서 양식에 필요사항을 기재하여 제출함으로써 열람/복사 신청을 접수할 수 있고, 경찰은 지체 없이 1) 정당한 사유에 의하여 열람/복사 신청을 거부하거나, 2) 조서의 전부 또는 일부의 열람/복사를 허용하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조사가 완료되기 이전에 미리 담당 수사관에게 조서 열람/복사를 요청하여 신청서를 작성, 제출해두는 것이 좋은데, 대부분의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열람/복사 허용여부에 관한 경찰서 내부 결제가 이루어지고, 조사 완료 후 조서의 출력 및 서명 날인이 완료되면 그 즉시 복사본을 만들어 귀가시에 조서사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 조서의 당일 열람/복사 절차는 당사자나 변호인에게 매우 편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으나, 이 절차에 관하여 아직 정확히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경찰 수사관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며, 형사사건을 변호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생소한 경우가 꽤 있으므로 조사를 받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미리 알아두었다가 필요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