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김무한|[email protected]
1. 의료기기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국회는 2025. 12. 2. 본회의에서 소위 ‘특수관계 간납사’를 규제하는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바 의료업계 및 의료기기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사법은 의료기관 개설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업체가 그 의료기관에 의약품을 공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의료기관이 특정 의약품을 채택, 처방해주는 것에 대한 대가로 제약회사나 의약품 도매상이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소위 ‘리베이트’)을 막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반면, 의료기기법에는 그동안 위와 같은 특수관계 간납업체의 거래제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기기 도매업체를 직/간접적으로 설립, 운영하며 자신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것이 가능하였으며, 이에 따라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이러한 특수관계 간납사에게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하거나 노무를 제공해주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의료기관 개설자에 직/간접적인 금전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사실상 합법적인 리베이트 제공 수단을 인정하는 셈이라는 비판이 계속되어 왔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의료기관 개설자와 간납업체의 특수관계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1) 개인인 경우 2촌 이내 친족, (2) 법인인 경우 임원과 2촌 이내 친족, (3) 해당 법인의 임원 및 해당 법인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법인 지분 50% 초과 소유자, 해당 법인의 임원구성이나 사업운영 등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포함), (4) 해당 법인 또는 개인의 사용인(임직원 등) 등을 규정하여, 약사법 제47조 제7항의 특수관계인 기준과 동일한 구조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기준은 일견 복잡해보일 수 있겠으나,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을 주의하시면 되겠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기 판매업자등은 위와 같은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에 직/간접적으로 의료기기를 납품할 수 없고,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의 현황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3년에 한번씩 의료기기 판매질서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바, 만약 의료기기 판매업자등이 이를 위반하여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에 의료기기를 납품할 경우, 의료기기법 제53조의2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기타 행정처분 등의 불이익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밖에도, 개정안은 의료기기 도매업체와 의료기관 간의 부당한 거래를 막기 위한 규정도 대폭 강화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판매업자등이 의료기관에 의료기기를 판매하거나 임대할 때는 거래 정보, 대금, 지급기한 등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필수 사항을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교부하여야 하고, 의료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기기 수령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거래대금을 지급해야 하며 지급기한 경과 시 연 20% 이내의 이자를 지급하게 하도록 하는 등입니다.
부칙에 따르면 위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경과일부터 시행하되, 특수관계 의료기기 판매업자등에 관한 조항 등은 공포 후 2년 경과일부터 시행되므로 위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개정 의료기기법 위반소지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2. 대응방안
의료업계에서는 개정 전 의료기기법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자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의료기기 유통업체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의료기관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도록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어 왔으므로, 위 개정법에 위반되지 않으려면 유예기간 동안 그와 같은 거래관계를 해소하거나, 의료기기 납품업체의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단순히 의료기관 개설자 및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의료기기 도매업체의 지분을 50% 미만으로 축소하거나 특수관계인을 임직원에서 배제한 후 기존의 거래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특수관계 기준에 따르면, 친족관계, 지분 소유관계 등에 관한 규정을 도입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의료기기 판매업자등의 지배구조를 판단하기 위한 예시적 표현에 불과하고, 이와 별도로 “해당 법인의 임원구성이나 사업운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해당 법인의 임원 및 해당법인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라는 포괄적인 판단기준도 포함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의료기기 납품업체의 지분구조만 변경하여 특수관계인의 소유지분을 50% 미만으로 낮추는 등의 조치만으로는 의료기기법 위반 소지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것입니다.
따라서, 의료기관 개설자의 입장에서 개정 의료기기법 위반의 소지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1) 해당 의료기기 납품업체를 폐업하거나, (2) 의료기기 납품업체를 특수관계가 전혀 없는 제3자에게 매각한 후 그 운영과 의사결정(임직원의 고용과 해임, 거래관계의 개설 및 중단과 그 조건의 결정, 기타의 경영상 의사결정)에 관하여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하거나, (3) 어쩔 수 없이 계속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특수관계가 있는 의료기관과의 직/간접적 거래를 완전히 단절하고 다른 제3의 의료기관과의 거래관계만을 유지하는 식으로 운영하여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의료기기법 제2조는 “의료기기취급자”를 (1) 의료기기 제조업자, (2) 의료기기 수입업자, (3) 의료기기 수리업자, (4) 의료기기 판매업자, (5) 의료기기 임대업자로 구분하고 있고, 위에서 설명한 특수관계 거래제한 규정은 “판매업자등”(의료기기 판매업자 및 의료기기 임대업자, 즉 의료기기 도매상을 의미함)에게 적용되는 규정이므로, 의료기관과 특수관계가 있는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자신이 제조한 의료기기를 해당 의료기관에 납품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습니다.
위 의료기기법 개정안은 아직 시행 전이고, 신설 규정에 대한 유권해석 및 판례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구체적인 사항에 관하여는 의료관계법령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아야 할 것이며, 특히 의료기기 간납업체의 지분구조 변경, 매각, 인수/합병 등을 추진할 경우, 기업법무 및 M&A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회사법 및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령의 추가 위반소지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셔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