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노무사 이혜지|[email protected]
1. 들어가며
사용자는 인사권의 일환으로 근로자에 대한 징계를 할 수 있지만, 그 행사 과정에서 절차의 하자가 있는 경우 설령 징계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징계 처분이 무효로 판단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무상 징계 절차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쟁점 중 하나가 바로 근로자에게 소명 기회를 반드시 부여하여야 하는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부여해야 하는지, 그리고 근로자가 통보를 받고도 소명 절차에 불응하는 경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입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쟁점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2. 관련 규정이 있는 경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변명과 소명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도록 되어 있다면 사용자는 이를 반드시 준수하여야 합니다. 이를 거치지 않은 징계는 징계 사유가 정당하더라도 절차 위반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징계 규정에 통보 시기나 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사용자는 징계 대상자가 변명과 소명자료를 준비할 만한 상당한 기간을 두고 징계위원회 개최일시와 장소를 통보하여야 합니다.
대법원은 징계위원회의 개최일시 및 장소를 징계위원회 개회 30분 전에 통보한 사례에서 이러한 촉박한 통보는 징계대상자로 하여금 사실상 변명과 소명자료를 준비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어서 부적법한 통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1. 7. 9. 선고 90다8077 판결).
즉, 형식적 통보만으로 소명기회를 부여했다고 볼 수 없으며, 실질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 보장이 필수라는 의미입니다. 설사 징계대상자가 절차 위반 상태에서 개최된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진술을 하였다고 하여도 스스로 징계에 순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절차적 하자가 치유되지 않으므로 ‘참석했으니 문제없다’는 주장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3.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
그렇다면 징계절차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사용자가 반드시 소명기회를 부여해야 할까요?
대법원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징계 대상자에게 징계 혐의 사실을 통지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근로자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할지 여부는 사용자의 재량 영역입니다.
4. 근로자가 소명 절차에 불출석(불응)하는 경우
실무상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징계위원회 출석 통지를 하여도 근로자가 이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규정상 근로자에게 징계사유와 관련한 소명기회를 부여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에도 사용자가 대상자에게 그 기회를 제공하면 충분하고, 소명 자체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근로자가 실제로 소명하지 않아도 절차 위반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대상자에게 징계혐의 사실을 고지하고 그에 대하여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면 충분하고, 혐의사실 개개의 사항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발문하여 징계대상자가 이에 대하여 빠짐없이 진술하도록 조치할 필요는 없습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6두56042 판결).
즉, 핵심은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제공’하였는 지이고, 이에 대해 근로자가 불응하였다고 하여도 절차상 하자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5. 실무상 제언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징계를 할 때에는 가장 먼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징계 절차를 확인하고, 규정이 있다면 그 절차를 반드시 준수하여야 합니다. 통보 시기나 방식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소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보장해주고, 이에 대해 향후 입증 가능한 수단으로 통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명시적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향후 분쟁을 예방하고 징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징계 대상자에게 징계 혐의의 내용과 취지를 설명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소명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실무상 권장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