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변창우|[email protected]
상대방 동의없는 대화 녹음이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그간 하급심 판결은 몇차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대화녹음이 음성권 침해로서 불법행위로 인정되는 요건을 명확하게 제시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복제, 방송, 배포 등이 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이를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에 속하는 ‘음성권’이라고 개념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음성을 녹음하거나, 녹음한 음성을 방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음성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민사소송에서 대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였더라도 녹음한 파일이나 녹취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 실체적 진실 보존 또는 자기 방어를 위하여 상대방 대화의 녹음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므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음성권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① 상대방의 명시적인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기망 또는 협박하여 녹음을 하는 등 침해방법이 부당한 경우, ⓶ 녹음행위 자체는 부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녹음한 음성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방송, 배포하는 등의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필요성, 상대방이 입게 되는 피해의 성질과 정도 등에 비추어 위법성이 인정되면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근로자에게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하면서 근로자와의 대화를 녹음하고 노동위원회 및 법원에 녹음 내용을 제출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① 이 사건 녹음행위는 이 사건 영업소 폐점에 관한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고 확인서를 받는 대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녹음하는 과정에서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녹음하면 안 된다는 반대의사를 표시하였거나 기망 또는 협박하여 녹음하였다는 사정은 발견할 수 없었음.
② 대화 내용은 근로계약 기간의 종료를 통지하면서 갱신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취지에 불과하고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었음.
③ 이 사건 녹음행위로 인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을 근로계약에 관한 법적 분쟁과 관련하여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되었음.
상대방과의 대화녹음이 민사소송 등에서 증거로 널리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성권 침해 당했다는 이유로 상대방이 역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화 녹음이 법적 분쟁에 있어서 중요한 증거자료로 널리 사용되는 현실을 반영한 매우 타당한 판결로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