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별 > –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

변호사/노무사 이혜지|[email protected]

 

 1. 들어가며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책임은 산업 현장에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구분하여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와 책임을 정하고 있는데 최근 대법원은 이 구분 기준을 최초로 설시하며 근로자 보호 책임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2.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2019년 전부 개정되어 2020년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개정법은 도급인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수급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제63조)하여, 도급인과 수급인의 의무를 중첩적으로 인정하였고, 위반 시 형사처벌도 강화하였습니다. 다만 건설공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건설공사발주자 개념을 신설하고, 단순히 공사를 발주했을 뿐 시공을 주도·총괄 관리하지 않는 자는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했습니다(제2조 제10호).

   이에 따라 건설공사 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 중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 관리하는 자는 도급인에 해당하여 그 근로자의 사망에 관하여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자는 건설공사발주자로서 위와 같은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건설공사에서 발주자가 단순 발주자인지, 아니면 도급인으로서 형사책임까지 부담하는지 여부는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3. 사건 개요

   항만 관리 등 사업을 하는 A 법인은 항만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외부 업체에 도급했습니다. 공사 과정에서 수급업체 근로자가 H빔을 내리는 작업을 하던 도중 18m 아래 갑문 하부로 추락하여 사망하였고, 검찰은 해당 항만공사와 대표이사(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 공사가 산안법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고 도급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4.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 공사가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공사 시공자격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갑문 정기보수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로서 단순한 발주자를 넘어 수급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산안법상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피고인 공사가 항만 핵심시설인 갑문의 유지·보수에 관한 전담부서를 설치·운영한 점, 피고인 공사의 사업장에서 진행된 갑문 정기보수공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점, 갑문 정기보수공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도급 사업주로서 수급인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점을 판단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5.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이번 판결은 개정 산안법 시행 이후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을 최초로 설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판례를 통해 산안법상 도급인 여부는 형식이 아닌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즉, 도급 계약상의 문언 내용이나 건설공사 시공자격을 보유하였는지 여부 등 형식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 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은 공사 발주와 관련된 계약 관리 및 현장 운영 과정에서 법적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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