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노무사 이혜지|[email protected]
1. 들어가며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근로자들이 다양한 직장을 경험하며 이직을 거듭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용자의 사업상 중요한 정보들을 알게 되고, 이에 많은 기업이 영업비밀 등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자와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2. 경업금지약정의 의의
경업금지약정이란 근로자가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안 경쟁 업체에 취업하거나 직접 유사한 사업을 설립 또는 운영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으로, 기업의 핵심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어 관련 분쟁에서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3.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판례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며 아래와 같은 유효성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판단 기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나.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경업금지약정이 없더라도 사용자의 특정 영업비밀에 대해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례는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기 위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는 입장입니다.
다. 근로자의 불이익 제한의 합리성
경업 제한의 기간이 과도하게 장기간이어서는 안되며, 경업이 제한되는 지역과 직종도 사용자의 영업비밀 업무와 직접 관련되는 범위로 한정되어야 합니다. 또한, 근로자에게 적정한 보상을 제공하였는지, 근로자가 영업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과 관련하여 퇴직 전 지위가 어떠하였는지, 퇴직 이전부터 경업을 준비하였는지, 사용자에 의한 퇴직인지 자발적 퇴직인지 등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됩니다.
라. 입증책임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은 사용자가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 2015다221910 판결)
4. 경업금지약정 위반의 효과
근로자가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하여 경쟁회사로 이직하거나 경쟁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사용자는 전직금지가처분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근로자가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사용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5. 정리하며
사실상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이용한 간접적 방식 외에 퇴직 후 근로자에게 직접적으로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은 없으므로 기업은 필요한 경우 근로자와 별도의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여 자사의 비밀 등을 보호하여야 합니다. 다만, 근로자는 퇴직 직후 경쟁업체로 이직할 때 자신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음에도 경업금지약정으로 인해 이러한 기회를 제한받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해당 약정은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체결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