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폐기와 그 의미

 

변호사/노무사 이혜지|[email protected]

 

   지난 5월 11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는 중요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 집단의 동의 없이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했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그 효력을 인정했던 기존 판례를 깨뜨리고,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반드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를 새롭게 제시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3. 5. 11. 선고 2017다35588)과 그 의미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Ⅰ.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A회사는 전체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시행해 오다가 2004. 7. 1. 주 5일제를 도입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자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하였습니다.
   종전 취업규칙과는 달리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개정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반영하여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가산일수에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하였습니다. 이때 A회사는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전체 간부사원 중 89%의 동의서를 받았습니다.
  이에 과장급 이상의 직위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이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고 불리하게 변경되어 무효라는 주장을 하면서 지급받지 못한 연월차휴가수당 상당액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Ⅱ. 관련 규정 및 법리

  1. 취업규칙의 의의
  취업규칙이란 근로자들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준칙을 의미하며, 실무에서 ‘인사규정’, ‘복무규정’, ‘사규’, ‘사칙’ 등 다양한 명칭으로 존재합니다.

  2. 취업규칙의 변경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1)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을 때에는 근로자 집단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족합니다.
  2) 반면, 종전의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부과하여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박탈하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경우, 과반수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3. 동의를 받지 못한 불이익 변경의 효력: 원칙 무효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원칙적으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이 없습니다. 취업규칙의 법규범성을 고려하여 그 변경에 개인적으로 동의한 근로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습니다(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355).

   4. 예외: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종전 판례는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01. 1. 5. 선고 99다70846).

Ⅲ. 법원의 판단

   1.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여부
  대법원은 본 사안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으로 인정하면서, 회사가 간부사원의 감소된 연월차휴가수당 상당액을 2005. 10.경 기본급 인상으로 보전했더라도, 이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제정·시행과는 별개의 조치이므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요소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2.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동의 주체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 당시 간부사원뿐만 아니라 장래 간부사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는 일반직·연구직·생산직 등의 직원들까지 모두 포함한 근로자 집단이 동의 주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작성된 취업규칙의 효력
   1) 다수의견(7명)
  가. 종전 판례 변경
  사안의 핵심 쟁점으로 대법원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종전 판례)는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규정에 반하고, 헌법 정신과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에 위배되며,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아니라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의 제시
  이어서 대법원은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를 새로 제시하였습니다.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집단적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 이 사건의 결론 : 파기환송
  집단적 동의권 남용 여부에 대하여는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원심이 이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별개의견(6명)
  한편 기존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별개의견도 팽팽히 대립되었습니다.
6명의 대법관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사용자의 취업규칙 작성·변경 권한을 제한할 이유가 없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신의칙이나 조리 등 법의 일반원칙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법문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적용이 배제되지 않으며,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는 그 판단기준이 불명확하고, 그것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와 비교하여 결과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분명하게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Ⅳ.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이번 판결은 1) 근로기준법에 강행규정으로 정한 집단적 동의를 사회통념상 합리성으로 대체할 수 없음을 명시하여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유효요건을 법문대로 정립하였다는 점과 2)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이 갖는 절차적 중요성을 강조하여 사용자로서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법원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한 만큼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기 위한 사용자의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가 폐기된 이상 근로자 집단이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 여부를 다투게 되는데 사측이 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에 대한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합 판결에 대해 노동계는 환영하고 있지만, 경영계에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한편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나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는 모두 예외적으로 엄격히 적용되므로 사실상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새 법리의 파급력은 지켜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향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예정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변경된 판례의 입장을 고려하여 절차적 정당성 준수 여부에 더욱 유의하여야 법적 분쟁의 소지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Disclaimer

All the materials contained on this website are provided for general informational purposes only to introduce Law Firm Woorinuri, and none of the information is offered, nor should it be construed, as legal opinions or interpretation of the law on any matter.

Law Firm Woorinuri disclaims all any liability based on or in connection with any content of this website, including any reliance on such content.

Do not act or refrain from acting upon any information or matter on this web site without seeking professional legal counsel of Law Firm Woorinuri about the particular facts, cases and circumstances invol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