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박기민|[email protected]
1. 서론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법원으로부터 소송 상대방이 제출한 주장서면이나 그에 첨부된 증거자료를 송달받게 됩니다. 이와 같이 법원으로부터 송달받은 소송서류에 개인정보가 포함된 경우 송달 받은 사람이 이를 제3자에 제공하게 되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을지 살펴보겠습니다.
2.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규정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는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로부터 동의를 받은 경우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거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위반한 경우 제7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3. 개인정보가 담긴 소송서류를 송달받은 경우
법원으로부터 개인정보가 담긴 소송서류를 송달받은 당사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의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는 아니므로, 그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였다고 해도 제17조 위반이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의 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면 제19조에 위반하는 행위가 될 수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2024년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2호, 제19조 위반죄는 피고인이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이를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거나 다시 제3자에 제공한 경우 성립하는데, 법원은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기관’과 ‘재판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으로 구별되고 개개의 사건에서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법원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고 그러한 법원이 재판과정에서 증거나 서면의 일부 등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더라도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법원이 소송서류를 송달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법원으로부터 위 소송서류를 송달받은 사건의 당사자가 그 서류에 포함된 개인정보(운전면허증 사본)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 등에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시사점
사건을 수임 받아 수행하는 변호사가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변호사를 개인정보처리자로 보아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하는 것과는 입장이 다른 것이기는 하지만, 재판사무를 수행하는 법원이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 자체는 소송의 실무와 현실을 고려한 적정한 판단입니다. 다만 송달받은 소송서류에 담긴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 제공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그 정보의 성질(민감정보 여부), 제공한 정보의 양, 제공의 목적 기타 경위 등을 종합하여 정보주체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할 가능성은 남아 있으므로 여전히 송달받은 소송서류의 취급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