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박기민|[email protected]
1. 서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여 정보통신망에 칩입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소위 ‘정보통신망침입죄’). 전문적인 해커들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 장애를 일으키는 전형적인 행위만이 규율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일상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행위들도 규율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2. 배우자가 로그인해 놓은 구글 사진첩에 접근하여 장시간 사진을 탐색한 경우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도 같은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배우자가 로그인해 놓은 구글 사진첩에 접근하여 사진을 탐색한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정보통신망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도5555 판결). 피고인이 주거지에서 배우자와 함께 사용하던 노트북에 배우자의 구글 계정이 로그인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약 2~3일에 걸쳐 구글 계정의 사진첩에 저장된 사진을 보거나 일부 사진을 다운로드 받은 사안에서 검사가 피고인을 정보통신망침입죄로 기소한 사건이었습니다.
하급심은 피고인은 배우자에 의해 접속되어 있는 상태를 이용하였을 뿐 직접 배우자의 식별부호(아이디,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접속하지는 않은 점과 피고인의 행위가 비록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기는 하지만 정보통신망 자체의 안정성이나 정보의 신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는 점에 착안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은 그 보호조치에 대한 침해나 훼손이 수반되지 않더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의 식별부호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침입하는 행위도 금지하는 것임을 전제로, 구글은 배우자에게만 식별부호를 이용해 사진첩에 접근할 권한을 부여하였고 피고인은 구글이나 배우자의 승낙이나 동의 없이 사진첩에 접속하였고 이로 인하여 정보통신망의 안정성이나 정보의 신뢰성을 해칠 위험이 있으므로 정보통신망침입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하급심을 파기하였습니다.
3. 시사점
위와 같이, 타인(계정 주체)의 허락 없이 그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정보통신망에 로그인하는 경우는 물론 타인이 로그인 해 놓은 정보통신망을 허락 없이 탐색하는 경우에도 정보통신망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인터넷포털사이트 아이디와 비번을 알게 되어 이를 이용해 로그인한 경우,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한 후 자신이 재직시 이용하던 아이디와 비번을 사용하여 회사의 인트라넷에 접속한 경우에도 정보통신망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사안이 매우 경미한 경우, 예컨대 배우자간에 아이디와 비번 사용에 대해 평소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나 단순히 접속만 하고 실제적인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경우 등에도 위 침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