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집회는 불법인가

 

변호사 김무한|[email protected]
 

   지난 2024. 12. 3.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이에 이어진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 2024. 12. 14.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등, 올해 12월 우리나라는 정치적, 사회적 대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계엄선포 직후 경찰의 국회 봉쇄로 국회의원들 및 보좌관들의 국회 진입이 차단되었을 때에도, 군병력이 국회에 무력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하였을 때에도, 국회의 기능과 안전을 지켜준 것은 신속하게 국회로 집결한 일반 시민들이었으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양곡관리법 재의결 요구에 항의하는 전국 농민들이 시위를 위하여 상경하다가 2024. 12. 21. 경찰에 의하여 남태령에 고립되었을 때에도, 농민들의 집회의 권리를 지켜준 것은 소식을 듣고 신속하게 찾아온 일반 시민들의 힘이었습니다.

   최근 발생한 상황과 같이, 급박한 사정으로 인하여 시민들이 사전 집회신고 없이 우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 경찰 및 정부당국은 종종 이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시민들의 이동을 막거나 강경 진압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전 신고 없이 진행된 집회라고 하여 그 집회가 무조건 불법이라거나, 경찰 등의 진압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민국헌법 제21조는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ㆍ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ㆍ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통신ㆍ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언론ㆍ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ㆍ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집회의 자유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으로서 국가기관이 이를 ‘허가제’로 운영할 수 없도록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바, 만약 집회에 앞서 사전 신고를 할 것을 합법적인 집회의 요건으로 설정하고 미신고 집회를 무조건 불법으로 취급할 경우, 이는 사실상 위헌적인 집회 허가제로 변질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미신고 집회’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불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으며, 다만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 해산명령에 불응한 경우에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의하여 처벌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해산명령의 발동요건을 매우 까다롭고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미신고 집회’의 경우 집시법상 해산명령 발동사유에 해당될 수는 있으나, 단순히 미신고 또는 ‘불법 도로 점거’라는 이유만으로는 해산명령이 불가능하고, 미신고 집회나 도로 점거 등으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만 해산명령이 가능하며, 그러한 특별한 사정 없이 잘못 발동된 해산명령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5도20149 판결 등 다수]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 집회에 대한 허가 금지를 선언한 헌법정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이 옥외집회 및 시위에 관하여 사전신고제를 둔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신고는 행정관청에 집회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질서의 유지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는 것이지 집회의 허가를 구하는 신청으로 변질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아니하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가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명령의 대상으로 하면서 별도의 해산 요건을 정하고 있지 아니하더라도,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에 기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고, 이러한 요건을 갖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경우에만 집시법 제24조 제5호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6도1869 판결]

   집시법 제20조 제1항은 관할 경찰관서장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0조 제2항은 집회 또는 시위가 위 해산명령을 받았을 때에는 모든 참가자는 지체 없이 해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관련 규정들의 해석상 관할 경찰관서장이 위 해산명령을 할 때에는 해산사유가 집시법 제20조 제1항 각호 중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고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해산명령을 하면서 구체적인 해산사유를 고지하지 않았거나 정당하지 않은 사유를 고지하면서 해산명령을 한 경우에는, 그러한 해산명령에 따르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집시법 제20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중략)

   해산명령은 집회 또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자진하여 해산할 것을 명령하는 것으로서(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조 제3호), 그 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종결 선언의 요청(같은 조 제1호) 및 자진 해산의 요청(같은 조 제2호)과는 구별되고, 그러한 해산명령을 세 번 이상 하여야 한다.

  (중략)

   그리고 공소외인은 해산명령을 하면서 ‘불법적인 행진시도’, ‘불법 도로 점거로 인한 도로교통법 제68조 제3항 제2호 또는 집시법 제12조 제2항 위반’을 해산사유로 고지하였는데, 불법적인 행진시도 또는 불법 도로 점거로 인한 도로교통법 제68조 제3항 제2호의 사유만으로 바로 집시법 제20조 제1항 각호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거나 그 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시위가 집시법 제12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제한된 것으로서 집시법 제12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공소외인이 해산명령을 하면서 고지한 위와 같은 사유들은 정당한 해산사유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최근과 같이 급박한 사정에 의하여 사전 집회 신고 없이 특정 장소에서 집회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에도, 단순히 미신고 집회라거나 도로를 점거하였다는 등의 단순한 사유로는 경찰이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하시고 부당하게 집회의 권리를 침해받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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