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성 징표를 제외하며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을 재정립한 전원합의체 판결

 

변호사/노무사 이혜지|[email protected]

 

1.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판단기준을 정립한 이래, 지난 19일 기존의 ‘고정성’ 징표를 제외하며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기준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2023다302838 판결).

   이하에서는 특정 시점 기준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조건(재직 조건)과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하여야만 지급하는 조건(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 등의 통상임금성이 문제된 사건에서 최근 대법원이 기존의 통상임금에 대한 법리를 어떻게 변경하였는지 검토하고자 합니다.

 

2. 통상임금의 의의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을 의미합니다. 이는 연장근로 등에 따른 가산임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 도구적 성격의 임금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는 노사 양측에게 매우 중요한 쟁점입니다.

 

3. 기존의 법리

   종전 판례는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는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고정성’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어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어야 함을 의미하며, 재직조건 및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이나 근무실적 평가를 토대로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정해지는 임금은 임의의 근로제공 시점에 지급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고정성이 부정되어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4. 전원합의체 판결

   가.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

  ① 법령 부합성 및 강행성

   대법원은 통상임금은 법적 개념이자 강행적 개념이므로 법령의 정의에 충실하면서도 당사자가 이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고정성’은 법령상 근거가 없으므로 ‘고정성’으로 인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켜서는 안되며, 지급조건을 부가하여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게 하면 통상임금의 강행성이 잠탈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② 소정근로 가치 반영성 및 사전적 산정 가능성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이므로 실근로와 무관하게 그 자체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여야 하고, 통상임금이 전제하는 근로자는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로 보았습니다.

   또한, 통상임금은 법정수당 산정을 위한 도구개념이므로,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산정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사전적 산정 가능성’은 사전에 확정될 수 없는 장래 요소를 배제하고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할 경우 충족되는 근무일수(소정근로 이내 일수)를 정한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정기성, 일률성을 갖추면)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③ 정책 부합성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억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여야 하나,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하여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나.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새롭게 정립

   ①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기준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의미합니다.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하게 됩니다.

   ② 재직조건부·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이므로, 재직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반면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③ 성과급

   근로자의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일정한 업무성과나 평가결과를 충족하여야만 지급되므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최소 지급분은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합니다.

 

다. 새로운 법리의 효력 범위

   대법원은 이번 판례는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으로,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를 위하여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새로운 법리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만, 이 사건 및 병행사건(이 판결 선고 시점에 이 판결이 변경하는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투어져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들)에는 구체적 사건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의 본질상 새로운 법리가 소급하여 적용됩니다.

 

5. 정리하며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법적 근거가 부족했던 기존의 ‘고정성’ 징표를 배제하고, 통상임금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노동계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환영하는 반면에,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의 증가가 불가피해졌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복잡한 임금체계를 개편하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대법원이 통상임금 논란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며 노사 관계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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