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김무한|[email protected]
이번 글은 법무법인 우리누리의 2024. 6. 뉴스레터 [환매권 10년 제한규정 헌법불합치결정의 의미]와 연결됩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대법원 판례는 개정된 현행 토지보상법상 환매권의 시간적 적용범위에 관하여 최초로 판단한 사례이므로 이후 환매권 관련 분쟁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중요한 판례로 보입니다.
1. 헌법불합치 결정 및 개정 토지보상법의 취지
헌법재판소는 2020. 11. 26. (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합니다) 제91조 제1항 중 환매권의 발생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토지의 협의취득일 또는 수용의 개시일부터 10년 이내에’ 부분에 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중지를 명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20. 11. 26. 선고 2019헌바131결정).
이후 국회는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2021. 8. 10. 토지보상법을 개정하였는데, 개정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은 ‘공익사업의 폐지 변경 또는 그밖의 사유로 취득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경우 관계법률에 따라 사업이 폐지 변경된 날 또는 제24조에 따른 사업의 폐지 변경고시가 있는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그 토지에 대하여 받은 보상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사업시행자에게 지급하고 그 토지를 환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정법의 취지에 관하여, 본 법무법인은 지난 6월 뉴스레터에서 “개정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수용일자가 언제인지와 상관없이 공익사업이 폐지된 후부터 10년간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해석의견을 제시한 바 있었는데, 이 논점에 관하여 대법원은 동일한 취지로 판시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한 것입니다.
2. 대상판례의 소개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3다316790 판결(이하 ‘대상판례’)은 위와 같이 토지보상법이 개정된 이후 발생한 분쟁에 관한 판결인바, 그 사실관계 및 소송진행경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원고는 종중으로서 경기도 양주시 소재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의 2005. 9. 16.자 고시에 의하여 위 토지가 ‘H개설공사’ 부지로 편입되었고, 공공용지의 협의취득을 원인으로 하여 2006. 12. 4. 피고 대한민국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고 원고에게 보상금이 지급되었습니다.
(2)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은 위 토지 지목을 도로로 변경한 후 수차에 걸쳐 분할한 뒤 일부는 도로로 개설하고, 2022. 5. 2. 나머지 일부 토지에 관하여 도로에서 제외하는 도로구역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 결정(변경) 고시를 하였습니다(이하, 도로에서 제외된 토지 부분을 ‘대상토지’).
(3) 원고는 2022. 9. 21. 대한민국을 피공탁자로 하여 수용보상금 중 대상토지 해당부분에 대한 금원을 법원에 변제공탁한 뒤 환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4) 1심 법원은 위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하면서 아래와 같은 판결이유를 설시하였습니다.
[1심 판결이유 요지] i) 법률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국회에 개선입법을 맡기는 경우 개선입법의 소급적용여부는 국회의 입법재량에 달린 것이다. ii) 개정 토지보상법 부칙 제3조(환매권의 발생 및 행사기간에 관한 적용례)는 “제91조 제1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당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개정법 시행 당시에 이미 공공용지 취득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이미 구법에 따라 환매권이 소멸된 상태이다. 따라서 개정법 시행일 당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5) 1심 판결에 대해 원고는 항소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면서 아래와 같은 판결이유를 설시하였습니다.
[2심 판결이유 요지] i) 법률불소급의 원칙은 법률의 효력 발생 전에 완성된 요건사실에 대하여 그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일 뿐 계속 중인 사실이나 그 이후에 발생한 요건사실에 대한 법률적용까지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ii) 이 사건은 개정법 시행일 이후 환매권 요건사실(사업의 폐지 또는 변경으로 취득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없게 된 경우)이 발생하였음으로 법률소급적용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 |
(6) 피고 대한민국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개정 토지보상법 부칙 제3조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자세한 판시를 하였습니다.
[대법원 판결이유 요지] i) 개정법 부칙 제3조가 “제91조 제1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당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이미 환매권이 발생하여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도 환매권의 행사기간 등에 관하여 개정 토지보상법의 적용을 확장하는 조항에 해당할 뿐, 개정 토지보상법의 소급적용을 제한하기 위한 규정으로는 볼 수 없다. ii) 그렇다면 헌법불합치 결정일 기준으로 구 토지보상법상 환매권의 발생기간이 이미 경과하였다고 하더라도 공공필요가 아직 소멸되지 아니하여 환매권의 행사가능성이 확정적으로 차단된 것이 아닌 이상,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개선입법을 통해 환매권의 발생요건이 추가적으로 규정되어 개정 토지보상법 시행 이후 해당 요건을 충족하였다면 그에 따라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과거에 이미 발생한 법적 효과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개정법률이나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법리에 반하지 않는다. |
3. 대상판례의 의미
이번 토지보상법 개정은 공익사업의 폐지/변경으로부터 10년 이전의 과거에 수용/취득되었던 토지에 관하여도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만 헌법상 재산권 보장규정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위 개정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볼 때 다른 특별한 소급효 제한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수용/취득된지 이미 10년이 경과한 토지에 관하여도 개정법 시행 이후 환매권 발생요건이 충족된다면 얼마든지 환매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해석함이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사건에서 대한민국은 개정법 부칙 제3조를 근거로 ‘개정법 시행 이전에 이미 수용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개정법 적용이 불가하다’는 주장을 하였고, 1심 법원은 대한민국의 주장을 인용하여 원고패소 판결을 하였던 것입니다.
보다 자세히 보면, 개정법 부칙 제3조는 ‘이 법 시행일 당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도 개정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란 공익사업이 실제로 폐지 또는 변경되어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없게 되는 등, 환매권 행사요건이 충족되어 공익사업자에게 실제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1심 법원은 개정법 시행일 현재 아직 환매권 발생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토지에 관하여도 환매권 자체는 수용/취득일로부터 계속 존재하여 왔다고 보고, 개정법 시행일을 기준으로 이미 구법상 10년의 행사기간을 경과한 경우에는 행사기간의 도과로 환매권이 소멸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위와 같은 대한민국의 주장과 1심 판결의 해석방식은 위 개정법의 개정취지나 부칙 제3조의 문언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2심 판결 및 대법원 판결은 1심 판결의 문제점과 부칙 제3조의 해석방법에 관하여 자세히 설시하였는바, 대법원의 판시가 지극히 정당하다고 사료됩니다.
4. 국토교통부의 토지보상법 해석방법 문제 (2022년 사례를 통한 수용/보상의 이해)
한편, 대상판례로 인하여 국토교통부의 개정 토지보상법 해석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2022년 사례를 통한 수용/보상의 이해]는 국토교통부가 민원인들의 질의에 대하여 회신한 사항을 정리한 사례집으로서 관련 공공기관들이 개정 토지보상법을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 사례집의 제2절 환매 부분(제1151쪽)을 살펴보면, “개정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의 시행일은 2021. 8. 10.이나 동 법률 부칙 제3조의 규정에 따라 2022. 11. 26. 당시 취득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경우는 종전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 따라 환매권이 소멸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기재하고 있으며, 여러 민원인의 질의에 관하여 수차례 동일한 답변을 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위 사례집은 2024. 7. 25. 대상판례가 선고되기 이전의 사례들을 모은 것인바, 즉 대한민국 정부는 대상판례 선고 이전까지 개정법 부칙 제3조에 근거하여 개정법 시행일(또는 헌법불합치결정일)로부터 10년 이전에 수용/취득된 토지에 대하여는 환매권이 발생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온 것입니다.
대상판례 선고 이전에는 위 쟁점에 관하여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 대상판례가 개정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해석을 확립된 현재 시점에서는 국토교통부의 해석이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5. 결론
개정 토지보상법은 개정 및 시행일로부터 약 3년이 경과한 상태이며 아직까지는 개정 토지보상법에 따라 아주 오래 전에 수용된 토지에 대하여 환매권을 행사한 사례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최근까지도 우리 정부는 개정 토지보상법 시행일 이전 10년 이전에 수용된 토지에 관하여는 환매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기 때문에 정부의 해석과 회신에 따라 권리를 포기한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대상판례는 개정 토지보상법상 환매권에 관하여 토지의 수용 및 취득일을 기준으로 하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음을 명확히 하였으므로, 일제강점기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 수용된 토지에 관하여도 개정법 시행 이후 공익사업이 폐지된 경우에는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사례(또는 사업자의 환매권 행사 통지 누락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