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노무사 이혜지|[email protected]
1. 들어가며
지금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주 5일제 문화가 자연스럽지만 많은 분들이 토요일에도 출근을 하고 학교를 가던 시절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소위 MZ 세대라 불리는 요즘 젊은 세대는 월급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기성 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이렇게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여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근로일수는 22일이 아닌 20일이라는 판결이 나와 소개드립니다.
2. 사안의 개요 및 소송 경과
피해자 A는 크레인 후크에 연결된 안전망에서 작업을 하던 중 바닥으로 추락하여 골절 상해를 입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A에게 휴업급여 등을 지급한 후 크레인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1심과 2심은 모두 보험회사가 공단에 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일실수입 손해 산정 방식에 있어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1심은 A의 실제 총 근로일수를 고려하여 월 가동일수(근로일수)를 19일로 보았지만 2심은 기존 판례 기준에 따라 22일로 보았습니다.
일실수입 손해는 근로자가 다치지 않고 정상적으로 일을 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다고 기대되는 임금으로, 일용근로자의 경우 일용노임 단가에 월 가동일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A의 한 달 근무일을 며칠로 보느냐는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3.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기존에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보았던 것과 달리 20일을 초과하여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근거는 1)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인한 근로시간 상한의 감소(44시간->40시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개정으로 인한 연간 공휴일의 증가(대체 공휴일 도입) 등 사회적·경제적 구조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고, 2)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근로여건과 생활여건의 많은 부분도 과거와 달라졌으며, 3)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의 최근 10년간 월 평균 근로일수 등의 내용이 과거 통계자료와 많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4.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2003년 판례[1]를 통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5일에서 22일로 줄였던 이후 다시 21년 만에 20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견해를 변경한 것입니다.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증명하는 경우 20일을 초과하여 인정할 여지가 있지만 앞으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는 20일을 초과하여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경제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여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근로일을 실질에 맞게 인정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산재를 당한 근로자들이 받을 산재 급여가 줄어들 수 있고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청구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액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통상근로계수(일용직 근로자의 평균임금 산정 도구)도 기존의 월 가동일수인 22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향후 변경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일실수입 산정의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인 육체노동 가동 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였던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과 더불어 시대상황에 맞는 새로운 경험칙을 인정하고자 하는 대법원의 노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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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1다70368 판결
[2] 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