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노무사 이혜지|[email protected]
1. 수능에 노동법 문제가?
어느덧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문득 달력을 보니 어김없이 수능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주 16일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는데요.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지는 수능 시험에 노동법도 출제되었다고 하여 함께 정답을 찾아보며 이 글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아래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 영역 중 ‘정치와 법’ 과목에 출제된 문제로, 정답은 ③입니다.
2. 노동법상 휴게시간
노동법에서의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합니다(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20548 판결).
근로기준법에서는 휴게시간에 대해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54조 제1항). 또한, 법에는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동조 제2항), 이는 근로자가 단순히 소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적극적으로 그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3. 대기시간과 휴게시간
실무상 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일을 하지 않고 대기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 것인지 휴게시간으로 볼 것인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법상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서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입니다. 즉, 휴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용자의 지휘명령이 배제되어야 하므로 외형상으로는 휴식이나 수면 등 일을 제공하지 않고 쉬는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이는 일률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고,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
4.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산업안전보건법에 관련 규정이 신설¹되면서 2022. 8. 18.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공사업은 총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 대해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었고,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2023. 8. 18.부터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² 사업장에까지 본 규정이 확대 적용됩니다. 위반시 과태료 규정이 있는 만큼 올해 말까지 고용노동부에서 특별지도기간을 운영한다고 하니 적용 대상 기업이라면 법에 따라 휴게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5. 나가며
그럼 다시 위 수능 문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이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C는 8시간의 근무와 1시간의 휴게시간을 가지고, D는 7시간 근무에 30분의 휴게시간을 가지므로 둘 다 적법하기 때문에 ③ 지문이 정답이 됩니다.
고용을 하든 고용이 되든 노동법은 실생활과 아주 밀접한 영역으로 고등학교에서 이를 배우는 것은 유용하고 의미있는 일입니다. 올해 수능을 치른 모든 분들과 이들을 직간접적으로 응원하며 일상을 살아간 우리 모두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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