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김상균|[email protected]
사람이 죽게 되면, 재산 상속이 문제가 됩니다. 우리 민법은 상속인의 범위와 순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인은 상속개시있음을 안날로부터 3개월 내에 단순승인, 한정승인, 상속포기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피상속인이 부채를 남기고 사망하였는데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을 포기할 경우 민법 제1043조와 관련하여 논란이 있었고, 최근 대법원 판례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 알기 쉽게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민법 제1043조(포기한 상속재산의 귀속)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의 비율로 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아버지가 사망하였고, 배우자(어머니)가 있고 자식으로 아들 2명과 딸 2명이 있으며 그 밑에 손자가 2명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아버지 사망 후 공동상속인들의 상속 포기에 따른 법률 효과를 정리하여 보겠습니다. ①이 이번에 판례가 변경된 사례이고, 나머지 ②내지④는 참고로 설명드리는 것입니다.
①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
종래 대법원 판례는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 종래 판례
하지만 아들, 딸이 전부 아버지의 재산 상속을 포기하였음에도 그 밑에 손자가 빚을 물려받는 것은 일반 상식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번에 대법원은 판례를 변경하여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 중에서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그들의 상속분은 배우자에게로 귀속되고 결국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판 2023. 3. 23. 선고 2020그42).
■ 변경된 판례
이 최종 상속인
종래 판례의 논리를 따르면, 배우자 상속과 혈족 상속이 서로 다른 계통의 상속이라고 전제하여 민법 제1043조의 적용 대상인 ‘다른 상속인’에서 임의로 ‘배우자’를 제외하는 결과가 되는데 우리 민법은 배우자 상속을 혈족 상속과 구분하지 않고 있으므로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상속재산 중 부채가 많을 경우 피상속인의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만 단순승인 또는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 상속인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는 의미는 채무상속을 상속인 한 사람에게만 귀속시키고 나머지 상속인은 모두 상속채무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므로 현실에 맞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종래에는 피상속인이 빚이 많을 경우 장남이 대표로 한정승인을 하고 배우자와 나머지 자식들은 상속포기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자식들은 모두 상속포기를 하고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하면 배우자만 상속인이 되고 손자들에게는 빚이 대물림되지 않습니다.
②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모두 상속을 포기
민법 제1043조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1043조는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라고 하여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만 규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는 민법 제1042조에 따라 배우자와 자식들 모두가 소급하여 상속인 지위를 상실하게 됩니다. 따라서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후순위 상속인으로서 피상속인의 손자가 상속인이 됩니다(대법원 1995. 9. 26. 선고 95다27769 판결 등 참조).
③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일부만 상속을 포기
민법 제1043조에 따라 그 상속포기자인 자녀의 상속분이 배우자 및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다른 자녀에게 나누어 귀속되게 됩니다.
④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 중 배우자만 상속을 포기
위 ③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민법 제1043조에 따라 그 상속포기자인 배우자의 상속분이 자녀들에게 나누어 귀속됩니다.
지금까지 최근 선고된 공동상속인의 상속포기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였습니다. 상속 관련된 문제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여 해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