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변창우|[email protected]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사직을 권고하였는데 사직서 제출 등 명시적인 사직의 의사표시 없이 근무를 중단하는 경우 이를 근로자가 스스로 선택한 사직으로 판단할지 아니면 사용자의 일방적인 해고라고 판단할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합니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등 참조). 해고의 의사표시는 근로기준법상 서면으로 이루어져야 하나 그러한 절차없이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23. 2. 2.선고 2022두57695).
위 판례 사안의 사실관계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사용자인 전세버스업체 관리팀장은 버스운전자인 근로자에게 무단결근 등을 지적하면서 버스키를 반납하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버스 키를 반납하지 않자 관리상무를 대동하여 찾아가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직접 버스 키를 회수하였습니다. 해당 근로자는 그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3달 후에 관할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사용자는 ‘사표를 쓰라’한 것은 무단 결근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한 표현이고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것일 뿐 사용자측에서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사용자가 노무 수령을 거부한 묵시적 해고라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관리팀장이 일반적인 권한에 해고에 관한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였음. ② 통근버스 운행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에게 버스 키의 반납을 요구하고 이를 회수하였음, ③ 근로자에게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였음. 이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위 사안에서 근로자가 3개월이 넘도록 출근하지 않아 버스 운행 등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보임에도 아무런 출근 독려도 하지 않다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직후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한 점도 이미 사용자측이 근로자를 해고한 근거로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고용관계 종료시 위와 같이 권고사직으로 끝난 것인지 아니면 묵시적으로 해고가 된 것인지 애매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권고사직의 경우 사직서를 반드시 받을 필요가 있으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권고사직을 거부하는 경우 애매한 태도를 취하지 말고 해고라는 점을 사용자에게 명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