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대출과 상계계약

 

변호사 김무한|[email protected]

 

  많은 기업들이 임직원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임직원 대출/대여에 관한 기준이나 규정을 만들어두고, 주거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주택자금 등을 대출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임직원 대출제도는 사내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자를 아예 받지 않거나 시중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실행되는 경우가 많고, 대출금 반환채권에 대한 담보 또한 아예 제공받지 않거나, 보증보험증권을 제출받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임직원 대출은 회사 소속 임직원에게만 부여되는 혜택이므로 해당 임직원이 퇴사하거나 해고당하는 경우에는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는 것으로 약정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적절한 담보 제공 없이 대출을 받은 직원이 퇴사할 경우 해당 임직원 명의의 책임재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회사로서는 대출금을 회수할 길이 막연해지게 됩니다.

  일부 기업들은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해당 임직원의 임금 및 퇴직금 채권과 회사의 대출금 반환채권을 상계할 수 있다는 규정을 금전소비대차계약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가 금지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약정이 과연 유효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1조는 “사용자는 전차금(前借金)이나 그 밖에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전대(前貸)채권과 임금을 상계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대여금 반환청구권과 임금채권을 상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3조 제1항 본문은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임금 등의 현금 전액지급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바, 이러한 근로기준법 규정들은 강행규정으로서 이에 반하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형사처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계나 공제가 허용되는데(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단서) 법령에 근거하여 상계할 수 있는 것으로는 근로소득세, 국민건강보험 보험료, 국민연금 보험료 등이 있고,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상계·공제할 수 있는 것으로는 노동조합비, 소비조합 구매 대금, 사택 사용료, 대부금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이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하려는 데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활용하여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않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하였다는 점에 관한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따라서, 회사가 단체협약 등으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대출금과 임금 및 퇴직금의 상계를 허용하는 경우이거나, 또는 해당 임직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상계 약정을 체결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임직원 대출금과 임금 및 퇴직금과의 상계도 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렇게 예외적으로 임금채권과의 상계가 가능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회사의 상계 의사표시가 있어야만 상계의 효과(임금 등 채권의 소멸)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므로, 회사로서는 반드시 임금 및 퇴직금 등의 지급기한인 14일 이내에 상계 의사표시를 하여야만 상계가 이루어진 범위 내에서 임금 등 지급채무를 면할 수 있고, 이 기한 내에 상계 의사표시가 해당 임직원에게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는 임금 체불 등에 따른 형사처벌과 지연손해금 등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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