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시티권과 인격권 침해

 

변호사 김무한|[email protected]

 

 퍼블리시티권이란 사람의 초상이나 성명, 예명, 음성 등 그 사람에게 일신전속적으로 귀속되어 양도가 불가능한 인격권을 상업적 이용의 측면에서 바라본 개념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유명인의 얼굴은 그 사람에게 전적으로 귀속된 것으로서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지만, 그 얼굴을 활용한 제품 광고 사진이나 동영상의 이용권한은 금전적 가치를 매겨 양도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된다는 것이 퍼블리시티권의 핵심입니다.

 퍼블리시티권의 개념은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하급심 판례에서 인정한 사례가 종종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나 이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과 부인한 하급심 판결이 혼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한 혼란이 있다고 설명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우리 하급심법원은 2000년대까지 연예인의 성명이나 초상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여러 건 내놓다가, 2010년 이후부터는 ‘실정법이 인정하고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퍼블리시티권을 부정하는 취지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3자의 초상이나 음성, 성명 등을 함부로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지닌다”고 규정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는바, 우리 대법원은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인격권의 내용으로서 사람의 생명, 신체, 자유, 명예, 성명, 정조, 신용 등에 관한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타인의 초상이나 음성, 성명에 관한 권리를 침해할 경우에는 인격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서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게 되며, 한번 침해되면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 인격권의 특성을 감안하여 사전적 구제수단으로서 침해행위의 정지 또는 방지 등 금지청구권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 40621 판결 등).

 문제는, 퍼블리시티권 침해와 인격권 침해는 현실적으로 그 손해배상의 범위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퍼블리시티권은 인격권의 상업적 이용권한을 부각시켜 인정된 개념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금전적 권리이고, 따라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당한 당사자는 해당 권리를 상업적으로 판매하였을 때에 받을 수 있었던 금액(예를 들어, 도용된 것과 유사한 광고를 진행하였을 때에 수취할 수 있었을 광고대금)을 손해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반면, 인격권을 침해당한 당사자는 법원의 판단에 의하여 인정된 정신적 손해액만을 배상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법원의 정신적 손해배상액(소위 ‘위자료’) 인정은 대체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아주 유명한 연예인의 초상이 도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인격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액은 그 연예인의 광고매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게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위와 같이 사실상 퍼블리시티권을 부정하고 있는 우리 법원의 입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한류 컨텐츠의 세계적인 인기와 그로 인하여 창출되는 천문학적인 부가가치에 비추어보면, 유명인의 초상권, 음성권 등 침해행위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되는 손해는 엄청난 규모에 이를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침해행위자 입장에서 얻게 되는 부당이득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인격권 침해를 근거로 하는 위자료 인정액의 규모가 그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낮다면, 현재 우리 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구제수단만으로는 침해행위를 방지하기 어려워질 것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광고주들과 컨텐츠 제작업체들은 유명 아티스트들의 초상과 음성 등에 관하여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여 광고, 드라마, 영화, 음악, 기타 문화 컨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바,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명시적인 법규정이나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법현실 속에서 소중한 컨텐츠가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