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정작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그 결과에 큰 이해관계를 갖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회사가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지는 소송을 수행 중이라면, 그 피용자 개인 역시 소송 결과에 따라 회사로부터 구상을 당하거나, 피해자로부터 직접 손해배상청구를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습니다.
이처럼 소송 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 소송이 계속 중임을 알려 절차적으로 대응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장차 그 제3자를 상대로 별도 소송을 제기할 경우를 대비하는 제도가 바로 ‘소송고지’입니다.
실무에서는 소송고지를 단순히 예의상 알리는 절차 정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송고지에는 상당히 중요한 법적 효과가 뒤따르고, 그 효과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시에 정확한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에서는 소송고지 제도의 의미와 효과,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소송고지를 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구체적인 신청 절차를 살펴보겠습니다.
민사소송법 제84조는 “소송이 법원에 계속된 때에는 당사자는 참가할 수 있는 제3자에게 소송고지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참가할 수 있는 제3자’란 해당 소송의 결과에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져 보조참가(민사소송법 제71조)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소송고지는 당사자가 소송의 진행 상황과 그 이유를 기재한 서면을 법원에 제출하면(제85조 제1항), 법원이 이를 고지를 받을 제3자에게 송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제85조 제2항).
소송고지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참가적 효력’입니다. 민사소송법 제86조는 소송고지를 받은 사람이 그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경우에도 제77조가 정한 참가적 효력이 미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고지를 받은 제3자가 실제로 소송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고지를 한 당사자와 그 제3자 사이의 별도 소송에서는 앞선 소송에서 확정된 사실인정이나 법률판단을 뒤집는 주장을 하기 어렵게 됩니다. 이는 기판력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실무적으로는 후속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대법원 판례는 소송고지에 대하여 민법 제174조의 ‘최고’에 준하는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소송고지서에 채권자가 고지 받은 자에 대하여 채권의 존재를 알리고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취지가 표시되어 있다면, 그 소송고지서가 법원에 제출된 때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고, 이후 그 소송이 종료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재판상 청구 등을 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유지됩니다. 장기간 진행되는 소송 중에 제3자에 대한 권리의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경우, 소송고지는 이러한 시효중단의 실익까지 가지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소송고지를 해야 하는 대표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이 문제되는 사안입니다. 피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소송에서, 피해자는 사용자를 상대로 승소하더라도 손해 전부를 배상 받지 못할 위험이 있고, 사용자 역시 패소할 경우 피용자에 대한 구상권(민법 제756조 제3항)을 행사해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이러한 경우 피해자나 사용자 모두 피용자 본인에게 소송고지를 해 둠으로써, 향후 피용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나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앞선 소송의 사실인정을 원용할 수 있는 이점을 얻게 됩니다.
둘째, 보증·연대채무 관계입니다. 주채무자를 상대로 한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보증인에게, 또는 보증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주채무자나 다른 연대보증인에게 소송고지를 함으로써, 구상관계에 관한 장래의 분쟁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셋째, 매매 목적물이나 권리의 하자로 인한 담보책임이 문제되는 다단계 거래 관계입니다. 최종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경우, 매도인은 자신에게 그 물건을 공급한 전(前) 매도인에게 소송고지를 해 둠으로써, 이후 전 매도인을 상대로 구상금 내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넷째, 공동불법행위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아직 소송의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소송고지를 함으로써, 추후 구상금 청구를 위한 사실관계 확정의 실익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소송고지는 지금 당장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소송의 결과에 따라 장래에 별도의 청구를 하거나 반대로 청구를 받을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소송고지를 게을리하여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그 제3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미 확정된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거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등의 불이익을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소송고지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이루어집니다.
① 신청 시기: 소송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동안이라면 심급을 불문하고(1심, 항소심 모두)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② 소송고지서의 작성: 소송고지서에는 반드시 ㉠ 소송고지를 받을 사람(피고지자)의 인적사항, ㉡ 소송고지의 이유(피고지자가 해당 소송의 결과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정), ㉢ 소송의 진행정도(사건번호, 당사자, 그동안의 경과 등)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85조 제1항). 이유의 기재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면 후일 참가적 효력의 범위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적 근거를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법원에의 제출 및 송달: 작성한 소송고지서를 현재 소송이 계속 중인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은 이를 피고지자에게 송달합니다(제85조 제2항). 피고지자의 주소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송기록이나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 가능한 최후 주소를 기재하고, 송달이 되지 않을 때에는 사실조회 등을 통한 주소보정 절차를 함께 진행하여야 합니다.
④ 피고지자의 대응: 소송고지를 받은 피고지자는 해당 소송에 보조참가를 할 수도 있고(민사소송법 제71조), 참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참가 여부와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송달이 이루어진 이상 참가적 효력은 그대로 발생합니다.
소송고지는 당장 소송의 결과에 직접 영향을 받는 당사자만을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사용자책임, 보증관계, 다단계 거래, 공동불법행위 등 다양한 법률관계에서 장래의 구상 내지 손해배상청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관련된 제3자에게 소송고지를 해 두는 것이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참가적 효력과 시효중단의 효력이라는 실질적 이익을 고려할 때, 소송고지의 시기와 기재 내용은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신중하게 결정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