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 공정별 불법파견 성립 여부 판단(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2다225590, 2022다225606 판결)

1. 들어가며

 최근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철강 생산공정과 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온 근로자들이 원청인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또는 고용의무이행청구 소송에서 의미 있는 판결들이 선고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사내하도급 공정 전체를 일괄하여 판단하지 않고, 각 공정의 실질적 근로 형태와 협력업체의 독립성 여부에 따라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를 각기 달리 판단하였습니다. 이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2.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

 대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음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근로자파견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구체적으로는 1) 원청이 해당 근로자에게 직간접적으로 구속력 있는 업무 지시를 하는가(지휘명령의 구속력), 2) 근로자가 원청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실질적으로 원청 조직에 편입되었는가(원청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3) 협력업체가 근로자의 선발·작업·휴게시간·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가(독자적 인사결정권), 4) 업무 범위가 구체적으로 한정되고 원청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전문성과 기술성이 있는가(업무의 구별성 및 전문성), 5) 협력업체가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독립적인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가(독릭적 조직과 설비) 등을 살피게 됩니다.

 이번 판결 역시 이러한 기존 법리를 바탕으로 공정별 특성에 따라 판단을 달리했습니다.

3. 공정별 대법원의 구체적 판단

 가. 냉연제품 포장 업무: 적법 도급 취지 파기환송

 원심은 해당 업무에 대해 파견관계를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도급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원심 판단을 뒤집고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그 이유로 1) 해당 협력업체는 1976년부터 포장작업을 수행해 왔고, 자체 포장설비를 설치 운영하며 다수의 특허를 등록 출원하는 등 독자적인 기술과 전문성 및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또한, 2) 원청이 작업표준서를 작성·전달하긴 하였으나, 협력업체의 기술과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소지가 커 구속력 있는 지시로 단정하기 어렵고, 3) 일정 범위 내에서 작업량과 작업 속도를 조절할 재량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4) 해당 협력업체는 과거 코스닥에 상장되어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는 규모를 갖추었고, 원청 제철소 내 포장설비 중 상당수를 직접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나. 하역, 운반, 연마, 공장 및 배합원료 공정 업무: 원청 사업에 실질적 편입(상고기각)

 반면, 원청의 핵심 철강생산 흐름과 유기적·일체적으로 맞물려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공정들에 대해서는 파견 관계가 인정되었습니다.

 1) 이들 공정에서 근로자들이 수행한 작업은 작업표준에 따른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많아 높은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되지 않았고, 2) 협력업체의 공정이 지연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원청의 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만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3) 원청은 전산시스템, 이메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수시로 작업 대상·방법·순서·배합비율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습니다. 더욱이 4) 도급 대가 산정이 완성된 물량이 아니라 투입된 근로자의 인원수나 근로시간을 기초로 산정되었고, 5) 원청의 인력 감원 계획에 따라 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를 해고하는 등 독자적인 권한 행사가 부정되었습니다.

4. 정년 도과 근로자의 소 각하 판정

 이번 판결에서는 소송 진행 중 정년(만 60세)이 도과한 근로자에 대한 중요한 직권 판단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상고심 계속 중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과거의 근로자지위 확인을 구하는 것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 하다고 보아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이처럼 분쟁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정년이 지나버린 경우, 지위확인 청구는 각하될 수 있으므로 실무적으로 손해배상청구 병합 등 면밀한 전략이 요구됩니다.

5. 시사점 및 제언

 이번 판결은 원청의 지시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더라도 협력업체가 자본력, 설비, 특허 등 독립적 체급을 갖추고 공정 내에서 실질적 재량권을 행사하였다면 도급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사내협력업체를 운영 중인 기업에서는 1)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원청 관리자가 전산시스템, 메신저, 이메일 등을 통해 협력업체 직원에게 직접 또는 수시로 작업 지시를 내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2) 계약 대가 산정 방식이 투입 인원수나 근로시간에 고착되어 있다면 일의 완성도나 성과 물량 기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3) 협렵업체 자체 작업설비 소유권이나 독자적 기술(특허 등) 확보를 장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청과 협의하는 프로세스가 있는지 등에 대해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이혜지 변호사
이혜지 변호사

이혜지 변호사는 한국외대 Language & Diplomacy 학과 및 영어통번역학과를 졸업하고 제25회 공인노무사시험에 합격하여 노무사로 근무하다가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여 제11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우리 법무법인에 합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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