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관계 종료 과정에서 작성되는 사직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의 범위를 확정하는 중요한 문서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기 전에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구할 이익(소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 의미있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본 뉴스레터에서는 해당 판결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대법원의 판단 법리, 그리고 실무적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안의 개요
사용자는 2022. 12. 16.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기간이 2022. 12. 31.자로 만료된다고 통보하였습니다. 근로자는 2023. 1. 14.경 퇴직금 수령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면서 ‘본인은 2022. 12. 31.부로 계약기간 만료에 의해 퇴직 처리됨에 이의 없음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사직서에 서명하여 사용자에게 제출하였습니다.
이후 근로자는 사용자의 계약만료 통보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2023. 1. 19.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청한 재심 역시 기각되었습니다.
2. 소송의 경과
1심에서는 근로자가 사직서 작성 요구를 거절했던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사직서 제출 사실만으로 사직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사용자의 통보를 부당해고로 판단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였습니다.
원심(2심)에서는 1심과 달리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판단하면서도, 사용자의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재심판정을 취소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3.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원심법원이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과 소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 만료, 폐업 등의 사유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하여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합니다.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했다면 재심판정을 취소하더라도 노동위원회가 다시 구제명령을 할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본 사안의 경우, 근로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2023. 1. 19.)을 하기 전인 2023. 1. 14.경 이미 사용자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원심의 판단대로 근로자가 사직서 제출을 통해 사직의 의사가 표시되어 구제신청 전에 근로관계가 유효하게 종료된 것이라면, 근로자에게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원심법원으로서는 해당 사직서의 작성 제출 경위 및 그 효력을 심리하여 구제신청 당시 근로계약관계가 이미 종료되었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간과한채 판결을 내린 잘못이 있습니다.
4. 시사점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기 이전에 사직서가 제출되었다면,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다투기에 앞서 구제 절차의 전제가 되는 ‘구제이익’ 자체가 소멸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따라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명확한 사직서나 이의 없음 확인서를 수령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근로자 입장에서 부당해고 등을 다툴 여지가 있다면 퇴직 서류 서명에 각별히 신중해야 합니다.
향후 유사 분쟁 발생 시에는 해고 여부 뿐만 아니라 사직서의 제출 경위와 유효성을 면밀히 살펴 구제신청 당시 근로관계가 이미 종료되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