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필수의료행위(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와 관련하여,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의료인을 형사 기소할 수 없도록 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개정법안에 대해서는 과거 오랜 기간 동안 수차례 본회의 상정을 예고했다가 몇가지 쟁점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며 본회의에까지 상정되지 못한 바 있었는데, 이번에 결국 개정에 이른 것입니다.
개정법안에 대한 찬반 논쟁은 정책적 판단에 대한 것도 있겠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및 형사법 체계와의 충돌 가능성에 있었습니다.
개정법은 보건의료인에게만 형사 기소 제한이라는 특례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등원칙 위반 논란을 제기했습니다. 군인, 경찰, 소방관 등 고위험 공익 직군에도 동일한 수준의 형사 면책이 인정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의료인에게만 이러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조치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최근 경실련은 위 개정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 이전에 이에 반대하는 법률 전문가 116명의 서명과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반면 정부의 입장은, 보건의료인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제한함으로써 의료인이 의료사고가 적은 특정 진료과목만을 집중적으로 선호하는 현상과 방어적 진료행위 등을 완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산부인과, 외과, 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심화되고 있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진료서비스의 품질과 접근가능성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개정법은 (1) 의료인에게 12가지로 유형으로 분류된 중대한 과실이 없고, (2) 설명의무를 이행하였으며, (3) 책임보험을 통해 손해배상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므로, 모든 의료사고에 대해 일률적으로 의료인에게 면책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대한 과실을 12가지 유형으로 한정하여 규정한 입법 방식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의료사고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고 개별 사안마다 복잡한 판단이 요구되는데, 이를 열거 방식으로 제한할 경우 그 범위 밖에 있는 중대한 과실이 형사책임 판단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실질적으로 중대한 과실임에도 불구하고 법률상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사책임이 제한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지적은 유의미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또한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침해 문제 역시 중요한 쟁점입니다. 형사절차는 국가의 처벌 기능을 넘어, 피해자가 사건의 경위와 책임에 대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중요한 권리 보장의 장입니다. 그러나 개정안과 같이 기소 자체를 제한하는 구조에서는 형사절차가 처음부터 개시되지 않게 되므로, 피해자는 그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할 수 있고, 이는 헌법상 보장된 절차적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개정법은 금전적 배상과 형사책임을 일정 부분 연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충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가해자가 보험에 가입하고 손해를 배상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중대한 결과에 대한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규정에 대하여 2009년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으며, 이 결정은 형사책임은 행위의 위법성과 책임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며, 금전적 배상이 이를 대체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번 개정법 역시 일정 요건 하에서 배상 완료를 전제로 기소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헌법적 쟁점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개정법은 필수의료 보호라는 정책적 필요성과 환자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의료현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형사책임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과 형사책임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 또 다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조화롭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개정법에 대해서는 개정 이전부터 여러 쟁점이 제기되어 향후 실제 분쟁사례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등 헌법적 쟁점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